사소한 생각과 실시간 느낌들, 수면상태를 아니 불면상태를 기록하는 일만이 일상이었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불편하지 않았지만, 혼자인게 더 익숙했다.

지는 해가 방안 깊숙히 들어올 때까지 불을 켜지 않았다.

한 단어에, 한 문장에, 한 권의 책에 몰두했다. 왜 내 감정을 여기에! 놀라고, 또 찾아내는데 전력했다.  

사랑을 하고 있는 순간은 홀로 나락에 떨어졌다 싶었다. 시시때때로

목적지가 인쇄되어 있지 않았을 뿐 기차에 올라탄 것은 나였고,

아름다운 풍경을 낯설어하고, 여행의 기분을 경계의 눈으로 밤새 잠들지 못했다.

이번엔 안내방송도 듣지 못한 채, 앉았던 좌석 한 번 돌아보지 못한 채

하차당했다.

시작하기 전에 두려웠고 외려 이별을 하고 나면 겁이 없는 나는, 당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벽에 기댄 채 제법 엉덩이에 각이 지면 늘어지는 그림자와 함께 미치도록 감미로운 목소리가 듣고 싶기도 했다.

자기애가 강하지 않지만, 이 무거운 덩이들은 꼭 없애주마 다독였다.

식은땀을 잔뜩 흘리고 일어나 욕실바닥에 난데없이 미끄러졌다.  

넘어지지 않으려면 자꾸 걸어야 한다. 그 말씀을 떠올린 늦은 아침도 지났다.

구지 갇히려 든 것은 아니나 여기에 제법 오래 머물지도 모를거란 예감이 든다.

그때 생각하면 지금보다 청춘이었다 싶은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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