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안에 빠져 있었고, 겁에 질려 있었으며, 혼돈에 차 있었다. 그때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이었다. 참을성있게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다가 나 대신에 결정을 내려주고, 그 결정에 따르는 책임을 져줄 사람‥‥. 이 보호자와 같은 사람이 내 불안을 잊게 해줄 만큼 또한 낭만적이기를 바랐다.

 '김인숙- 부치지 못한 편지中'

 

"이렇게 높은 곳까지 올라온 줄 몰랐어요. 당신 손을 잡고 당신 눈길을 따라 가느라, 이렇게 높은 곳에 올려진 줄도 몰랐어요. 날개라도 달린 듯이‥‥ , 그런데, 당신은 없고 이렇게 외딴 곳에 나만 남겨졌어요. 세상은 나를 향해 일제히 불을 꺼버렸는데, 나 혼자 어떻게 내려가나요? 이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는데, 내가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일 거라는 거 당신도 알잖아요‥‥."

 '전경린-완벽한 사랑의 내부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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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몇시간을 뒤척이다 토막잠을 깨는 날이 이어졌다.

어짜피 이럴거 불을 켜고 책을 들고 아침을 맞았다. 30시간은 몽롱하게 깨어있고, 다시 토막잠, 다시 아침을 맞이하는 불균형 속에서도 멀미를 느끼지 않고 있다. 뻑뻑한 눈과 허옇게 질린 서른셋 여자가 거울에 비친다. 중고등생도 아니고 뒤늦게 이게 뭐람 피식 웃음이 난다. 몇개월 쌓아두기만 했던 책을 밀린 숙제하듯이 읽어내면 달아난 시간들도 되돌아와질까.

아직도 꿈에서 나는 숱한 사람을 만나고 거사를 치루느라 힘이든다. 아무도 없는 천장이 낮아진 방에서 번뜩 눈이 뜨인다. 당신은 어디로 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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