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면서 잊지 못하는 시간들이 있다. 고통스러워서 아름다워서 혹은 선연한 상처 자국이 아직도 시큰거려서.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뛰는 심장의 뒤편으로 차고 흰 버섯들이 돋는 것 같다.
"스물한 살에 서른 살 먹은 남자랑 약혼했어. 그 사람 스무 살 때 열한 살인 나를 보았고 그때부터 나를 자신의 아내라고 믿었대. 9년 동안 여러 번 도망치려고 했지만 끝내 그러지 못했어. 너 그런 거 아니? 변명거리가 너무 없었어. 사람이 너무 좋아. 가진 것도 많아. 심지어 불성실하게 약혼을 이어가고 있는 나에 대한 인내심까지."
"세상에 두 부류의 사람이 있대. 어느 날 밤 문득 그 사람의 손을 꼭 붙들고 도망치고 싶어 한 사람과 그런 생각 같은 거 해보지 않은 사람. 손을 꼭 붙들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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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아는 이가 없는 낯선 도시에서, 골목을 서성이듯이 낮과 밤도 모른채 몇달을 흘려보냈다. 아무 의미없는 시간들을 살아내는 것 같아 너무 힘들었다. 머리가 깨지도록 아프고, 나 아닌채로 숨쉬고 있는 나를 그 누군가가 데려가 주면, 제발 데려가 주었으면 싶었다. 솔직히 지금도 그 바람을 떨쳐내지 못했다. '삶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과 같다.' 그 말에 매달려본다 매달려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