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에 올라 앉아 있으면 혼자라는 사실이 아주 구체적으로 다가온다고 했지. 그러니까 그녀에겐 내가 우연이 아니었던 거야. 일 년에 여덟 번 이상 막차를 탔던 여자. 그녀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뭐라고 부를까. 나에겐 운명이었고 그녀에겐 생활이었어. 자신의 출현이 누군가에게 필연이 되는 기막힌 감동을 겪으면 삶이 새로워져. 그때 가슴이 얼마나 벅찼는지 몰라.

 

사랑이 예순 번 찾아오면 그중에서 반복되는 사랑은 몇 차례 정도일까. 같은 사랑이 예순 번 모습을 바꿔 나타나는 것일까, 매번 다른 사랑이 다른 강도로 찾아오는 것일까. 그래서 이별하게 되면 어떤 게 더 아플까.

 

접힌 것은 간단히 펼 수 있다. 그러나 접힌 흔적은 지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부채처럼 착! 짧은 소리를 내며 접히는 이별을 생각했다.

반드시 연애를 지속해야 할 의무가 있지 않았다.

그런데 이별이란 이별이 아닌 것처럼 다가왔다.

슬금슬금, 산이 자라는 속도로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 찾아오더니 옮길 수 없는 바위처럼 단단해졌다.

'박금산-존재인 척, 아닌 척中'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