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나 더 많은 잠을 자야 노인이 될까. 쓸데없이 싱그러운 청춘이 성가셨다. 단번에 나이를 먹어 안타까움도 그리움도 없는, 밟으면 바삭, 하고 소리가 나는 노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집들이 서로 드문드문 떨어져 있는 산골에서 매일 새벽 소리없이 일어나 밭을 매고 가축을 돌보며 하루하루를 변화 없이, 똑같은 날을 사는 노인이 되고 싶다.

 

-집을 떠나고, 말을 배우고, 꿈을 꾸고, 목소릴 듣고 싶어하고, 합격을 하고, 울기도 하고, 고백도 해보고, 술도 마시고, 대화도 하고, 외로워하는 게 청춘이야.

 

수상소감中 밥 먹고 소설 쓰고 누워 있고, 밥 먹고 소설 쓰고 다시 누워 있던 시간들이 밥 먹고 소설 쓰고 산책도 하고 농담도 할 수 있는 날들로 서서히 변주되기 시작했다. 밟으면 바삭, 하고 소리가 날 듯 메말라버린 마음에도 조금씩 햇볕이 들고 바람이 통했다. 그 기억을 잊지 않고 책상 앞에 앉고 싶다. 깨가 쏟아지도록 즐겁게 글을 쓰고 싶다.

소설을 쓰고부터는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게 조금 어색해졌다. 차라리 두 손을 맞잡고 정신없이 뱅뱅 돈다든가, 서로 부둥켜안고 잔디밭 위를 마구 구르고 싶어진다. 수가 여럿일 때는 함께 단체줄넘기를 하거나 차례대로 공중제비를 돌고 싶어진다.

 

'홍희정-시간 있으면 나 좀 좋아해줘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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