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과 과정이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인연이 이미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다음.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한 가지,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받아들이고 다시 걸어가는 것. 생에 같은 순간이 두 번 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파국으로 인한 교훈도 실은 불가능하다고 해야 하리라. 그러므로 누구를 원망하거나 스스로 돌아보며 후회하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후일담이다.

 

지나고 나면 이 봄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다음 봄이 올것이다. 이 봄과 똑같지는 않겠지만 새로 오는 봄 또한 오직 하나뿐인 색과 향기로 눈부신 아름다움을 연출해내리라. 물론 내게도, 가슴이 저릿할 정도로 아름다운 봄이 다시 올 것이다. 살아 있기만 한다면. 그러므로 나는 돌아보지 말고 걸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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