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득뽀득한 삶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실은 그것이 매우 힘들다는 것도 안다. 볼을 벼리는 추위를 참고, 얼어버린 나뭇가지가 된 손가락으로 찍었을 설원의 한 컷을, 난방 잘된 전시관에서 편히 보는 것. 보는 사람 참 좋군. 폭염 속에서 우연히 본 어느 농가 처마에 달린 고드름 사진. 저긴 참 좋군. 구석에 수년간 작동하지 않았을 혹은 못했을 녹슨 경운기는 보이지 않는다. 다 그렇지. 알고 있었다.

 

 서로 가장 사랑하면서 가장 자유롭게 놓아둘 사람들. 그러나 언젠가 만나게 될 다른 이성에게는 치명적인 관계이기도 하다. 연인의 사랑과는 다른 모습의 사랑이 연인을 힘들게 할 것이다. 때문에 또다른 사랑을 놓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다른 여자가, 다른 남자가 서로를 대신할 수 없다. 나는 이들이 여전히 함께하고 있을 어느 먼 날을 미리 본다.

 

 여자들은 그럴수록 더 싫어해. 사랑은 잘 놀고 있는 고무줄 끊고 도망가는 게 아니라, 무거운 쓰레기통을 살짝 들어주는 거거든. 좋아하는 건지 싫어하는 건지 헛갈리게 굴지 않는다고. 고무줄 끊는 건 진짜 나쁜 놈도 하잖아. 사랑은 앞뒤 잴 것 없이 명확한 거야.

사랑은 그렇게 간결하고 명확한 것이라 했다.

 

"형은 도대체 얘 어디가 좋은 거야?"

몰라, 그냥 좋아. 처음으로 내 것이었으면 하는 사람을 만났다. 내가 가졌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 또 그렇게 나를 가졌으면 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내 것은 다 가졌으면 좋겠는 사람이, 지금 있습니다.

 

 나를 본 날,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떨리는 존재가 있구나 싶어 그대로 좋았다고한다. 존재 자체로 누군가를 행복하게 한다면 이미 소설 이상의 소명을 해낸 사람이라고 그런 사람이 자신의 남자가 되었다. 떨어져 있어도 그가 거기에 있지 생각하면 그새 행복한.

"난 지금도 믿기지가 않아요. 선배님이 영재야, 부르는 게. 세상에서 가장 든든하고 따뜻해. 그래서 선배님 이해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돼요."

"나 아직도 선배님 사랑해요. 그런데 이제 선배님 여자는 아니에요."

 

"누구든 서영재 건드리면 나한테 죽는다, 이게 그냥 뿜어져나왔어. 둘이 떨어져 앉아 있어도, 형이 니 어깨를 꼭 감싸고 있는 것 같았다고. 모든 신경이 너한테 열려 있는 거야. 저 형이 저렇게 사랑할 수 있는 남자였구나. 어디서든 여자의 어깨를 감싸고, 어디서든 키스도 할 수 있는 남자였구나. 그런 남자가 그렇게 홀로 서 있는 나무처럼 살았다니. 형이 한 사랑 의심하지마. 군더더기 없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곧장 꽂히는 사랑 했으니까 죽어서도 그럴 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