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생이라는 이 징글징글한 생일파티에 초대되어 문 앞에서 하나씩 받은 고깔모자를 쓰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언젠가 그녀가 말했다. 고깔모자에는 차곡차곡 지나간 시간이 쌓이고 있으며 우리 각자의 현재 좌표는 뒤집어놓은 고깔모자의 꼭짓점이라는 거였다. 현재가 늘 괴로운 건 과거로 가득 찬 고깔모자의 꼭짓점에 집중되는 하중 때문이었다. 나는 고깔모자 인생론이 꽤 그럴듯하다고 그녀를 칭찬해주었다. 그리고 그녀가 떠나버린 그때, 그녀와의 과거로 가득찬 고깔모자의 꼭짓점에서 나는 압사할 지경이었다.

 

'노재희-너의 고독 속으로 달아나라 [시간의 속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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