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체중을 실어 업히자 예상하지 못한 무게 때문에 그만 무릎을 바닥에 찧고 말았다. 무릎이 젖었다. 눈발이 굵어졌다. 다시 업혀봐. 이를 악물고 허리에 힘을 줬다. 나도 모르게 끙, 소리가 났다.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첫 한 발짝 떼는 일이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가야만 하는 길이었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처음 한 발짝이 다음 한 발짝을, 다시 한 발짝을 디딜 수 있게 했다. 대여섯 걸음을 가고 멈추어 섰다. 남편은 숨 쉬는 것도 조심스러워 바들바들 떨었다. 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허리에 힘을 줘 업고, 부들거리는 다리로 몇 발짝 걷다 멈췄다. 숨을 가눌때마다 하얀 입김이 쏟아졌다. 학, 학, 학, 학. 골목에 내 숨소리가 가득 들어찼다. 송이가 더 굵어진 눈이 펑펑 쏟아졌다. 진창이 되기 전에 서둘러야 했다. 집까지의 거리가 내 일생의 모든 밤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멈췄다 움직이기를 몇 번을 더 해야 끝이 날까. 끝이, 있기는 할까. 나는 남편의 허벅지를 세게 붙잡아 내 등에 바짝 붙였다.
'김이설-환영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