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스무 살 때 또는 그 이전에는 이 나이에 무엇을 하리라고 생각했을까.
조금 폐쇄적이고 엉뚱했던 나는 다른 사람들의 삶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반면 나 자신과는 대체로 잘 지내왔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의 실수도, 나의 실패도, 나의 죄도 다 이해했다.
자신을 문초하고 후회하며 잘 살아봐야겠다고 결심한 적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연애에 실패를 해도, 시험에 낙방을 해도, 직장에서 해고당해도 당연한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그때마다 반드시 이유가 있었고 실패의 원인을 알았다.
물론 처음에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개하기도 한다.
조금은 더 생각을 해보면 나한테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러면 스스로를 용서해주고 달래주고 위로한다.
그게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문제해결방식이었다.
적지 않게 나쁜 일을 겪으면서도 내가 낙관적일 수 있었던 까닭은 아마 그것일 것이다.
안일한 생존방식이 아닐까 고민한 적도 있었지만 결론은 똑같다.
내 조건의 어느 구석을 따져 봐도 그리 운이 좋은 편은 아닌데 그조차 별로 원망해본 적이 없었다.
이미 주어진 것은 쉽게 수긍하는 편이다.
삶을 다르게 개선해 보려는 의지가 애초에 없다.
그건 내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작은 실패나 좌절에 대해 길길이 날뛰며 흥분하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웃기다.
우아한 여자는 못 될지라도 그렇게 수선스러운 인간은 되고 싶지 않다.
어차피 안 될 거라면 울며불며 절망하는 것보단 낫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