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이리저리 쓰러질 듯 비스듬히 나아가면서도, 그러나 용케 넘어지지 않는다.
가냘픈 걸때에 목이 짜그라져라 무거운 물동이를 이고도 꽃샘 하늘의 비밀한 편지를 반갑게 받아 들며 웃던 고 눈부신 계집애처럼.
#2.노여워 마셔요. 나는 당신 없이도 남은 삶을 견딜 만큼 강합니다. 하지만 삶의 미련을 떨치고 당신을 좇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만큼, 나는 사랑으로 더욱 강합니다. 슬퍼 마셔요. 사랑은 내 부박한 생에 누린 최고의 호사였습니다‥‥.
사랑하였다. 온 생애에 단 한 사람을. 또한 사랑하였다. 아프고 아름다운 땅을, 그곳에서 태어난 슬픈 운명을. 그러나 그것들이 어떻게 다른지는 말할 수 없다. 사랑의 경중도 따질 수 없다. 모든 사랑은 진정으로 닿아, 기어이 닮아 있기 마련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