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참 많은 일들이 있는 곳이고, 어떻게든 나도 그 속에서 밥을 먹고 살았다, 살아, 온 것이다. 미워할 것도, 원망할 일도 없는 그런 인생이다. 예컨대 다행히도, 살아왔다 할 수 있는 인생이다. 터벅터벅,

더는

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견디기 힘든 것은 고통이나 불편함이 아니다. 자식에게서 받는 소외감이나 배신감도 아니다. 이제 인생에 대해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은데, 이런 하루하루를 보내며 삼십년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소소하고 뻔한, 괴롭고 슬픈 하루하루를 똑같은 속도로 더디게 견뎌야 하는 것이다.

인생을 알고 나면, 인생을 살아갈 힘을 잃게 된다. 몰라서 고생을 견디고, 몰라서 사랑을 하고, 몰라서 자식에 연연하고, 몰라서 열심히 살아온 것이다. 그리고 어디로 가는 걸까?

인간이란

천국에 들어서기엔 너무 민망하고 지옥에 떨어지기엔 너무 억울한 존재들이다. 실은 누구라도, 갈 곳이 없다는 얘기다. 연명의 불을 끄고 나면 모든 것이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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