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쩌면 자신이 사랑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사랑의 전부인지도 모르겠다. 이미 상대는 정해졌고 마지막은 어차피 알 수 없다. 그 불안한 과정을 견디거나 즐기거나, 선택은 각자의 몫인 것이다. 사실 나도 나의 판단에 확신이 넘치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를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이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위선과 가식의 말이었다. 그러나 그런 한심한 연애를 펼치고 있는 나였지만 한 가지는 자신할 수 있었다. 적어도 나는 나 자신의 위선은 알고 있었다. 행복한 연애와 편한 연애를 착각할 염려는 없었던 것이다
 

#2. 확신컨대 아마 그 시간 나는 서울에서 제일 구차한 여자였을 것이다. 그저 옆에 있게만 해달라고 매달리는 꼴이라니. 그래도 나는 내가 자랑스러웠다. 사랑한다 말하지 않고도 그의 마음에 무거운 추를 매달 수 있었으니. 그 무렵 나는 사랑이라는 단어 자체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는데, 내가 그를 통해 얻고자 한 것은 사랑을 포기하고도 되돌려받을 수 있는 그 밖의 어떤 것들이었다. 이를테면 기억이나 감성, 후각이나 촉각, 뭐 그런 것들. 시간이 흐른 뒤에도 데자뷰처럼 기습적으로 나를 찾아올 신비로운 어떤 감각을 나는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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