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보는 것은 늘 전면이었다. 하지만 사람은 과거에 의해, 과거에 의지하여 과거를 형성하며 살아가는 존재인 것이다. 삶에 있어서 뒤가 없는 앞이란 있을 수가 없지 않은가. 과거가 없는 인간은 늘 실종 상태임을 의미한다. 사람이란 가끔 과거라는 보금자리에 들어가 휴식을 취해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내게는 단 한순간도 휴식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리하여 늘 시간의 줄에 매달려 살 수밖에 없었다. 과거 없이 산다고 해서 뭐 큰 지장은 없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살다보면 때로 음주운전도 하게 된다. 그리하여 불심검문이라도 받게 되면 그때 내가 무면허라는 걸 문득 깨닫는 심정 이해하실는지. 과거란 그렇듯 자신에 관한 일종의 면허증과도 같은 것이리라.
문제는 외면할 과거가 나에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에 속해 있으려면 나는 남들보다 두배의 속도를 내야 한다. 때로는 가속도가 필요하다. 무면허니까 캄캄한 수렁에 빠지지 않기 위해 꿈속에서도 미친 듯이 질주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