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외도 

육중한 분량의 몇 페이지만 찢어내고, 안심하고
해보자
세상 루머가 일시에 용서되는 순간을 낡은
이 팔다리로 어디 해보자
햇빛이 이맛살의 근육을 때리고 지나가도
정신차리지 말자
 
아침, 언덕에서 마악 내려오면
간밤의 빗줄기로, 상가의 셔터가
새것처럼 반짝거리나,
시효보다 빠르게 녹슬게 된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음을
굳이
말로 하지 말자 등교하는 아이들의
도시락과 신주머니에 들어 있는 깨끗한 영혼도
쳐다보지 말자 끊임없는 식욕처럼 끊임없는
소화불량, 24시간 편의점에서 소화제를 사 들고
근처 카페의 아침 커피 한 잔 같은
짧고 개운한 후회도 하지 말자 그의 인생을,
그의 또 다른 인생인 나를
내 한 페이지의 인생을 속이고 있다는
생각도, 자판기에서 백 원짜리 티슈를 꺼내 들 듯
쉽게 쓰고 쉽게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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