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임당의 붉은 비단보
권지예 지음 / 자음과모음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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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소설이다. 허구의 이야기에 신사임당이라는 인물을 포함시켰다. 신사임당의 유년시절 이름 '항아'와 서자로 태어난 '초롱', 사대부의 권위적인 집안의 자녀 '가연'이라는 세 인물이 주도적으로 등장한다. 특히, '초롱'의 오빠이자 출중한 재능을 지녔지만 서자라는 신분으로 방황하는 생활상이 담겨져 있다. 시대를 잘못 타고 났기에 큰 뜻을 품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가 책을 읽는 내내 참 안타깝다.





2008년 출간된 이 소설을 지금에서야 읽게 되었지만, 여운이 많이 남는 소설이다. 또 사임당과 같이 자녀를 키우는 어머니로, 누구의 아내로, 누구의 며느리로 살아가는 지금의 나의 위치는 사임당을 더 깊이 이해하기에 충분하다. 소설의 많은 부분이 사임당의 유년시절 이야기로 펼쳐진다. 당시의 시대상을 이해하며 읽게되니 공감의 깊이가 더해진다.



사임당은 여성에게 제약이 많았던 시절에 태어났음에도 소설에서는 당시로서는 참 많은 특혜를 받은 여인으로 그려진다. 사실 실제로도 사임당과 그녀의 어머니는 그러한 삶은 살았던 분인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마도 그러했기에 작가도 이 소설에서의 인물설정에 사임당을 등장시킬 수 있었을 터이다.



강릉에 살면서도 여자라는 이유로 바다구경조차 할 수 없었던 시대라니... 그럼에도 사임당의 아버지 역시 열린 사고를 지닌 분이셨고 아버지 덕분에 바다구경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접하게 된다.



 



홍화꽃에 얽힌 에피소드도 기억에 남는다. 여기서의 홍화꽃의 의미를 알고 나면 앞 스토리를 읽은 이들이라면 충분히 짐작을 하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로 이어지는 찌릿찌릿하고 순수하면서도 이뤄질 수 없음을 예감하기에 안타까울수 밖에 없는 사임당과 준서의 스토리에 빠져들게 된다. 아마도 이들의 스토리가 '붉은 비단보'의 비밀임은 누구나 짐작을 할 것이만 과연 그 '붉은 비단보'안의 그것이 무얼지가 너무도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속설에 시집갈 딸자식이 있는 집 홍화꽃을 그 집 딸을 마음에 두고 있는 총각이 꺾어 가면 그 딸의 마음이 넘어간다는 얘기가 있다. 그거야 속설이라 치고 무시할 수도 있겠지만, 홍화꽃이 꺾인 게 소문이 나면 좋을 게 없지. 또 총각이 입을 나불대면 보통 결국은 그리로 시집을 갈 수밖에. 그러니 처자의 마음을 따게 되는 거지.... 118페이지 중





연리지.. 나무와 나무가 서로 엉켜 서로 다른 나무가 마치 하나의 나무처럼 보이는 걸 말한다. 연리지 이야기가 <사임당의 붉은 비단보>에도 등장한다. 특히, 연리목을 보며 이어지는 항아와 준서의 대화는 가슴저리게 만든다.


"이 연리목의 인연 정도라면 아름답다 하지 않을까? 나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 나무를 볼 때마다. 그리고 그대를 볼 때마다."

"저게 아름답다고요? 제 한 몸 가시로도 모자라서 부둥켜안은 상대의 몸을 서로의 가시로 찌르고 있는 저 모습이? 내 눈엔 부둥켜안을수록 서로를 깊이 상처 주고 있는 것처럼도 보이는데... 왜 홀로 똑바로 크지 못하고 서로를 구속하며 악착같이 휘감고 있는 건지..."

페이지 172~173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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