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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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저는 [오베라는 남자]보다 [브릿마리 여기 있다]를 더 재미있게 읽었어요. 어쩌면 전업주부라는 동질감에 더 매료되었는지도 모르겠네요. 꼭 그렇지 않더라구요 '브릿마리'는 참 매력적인 인물이랍니다. 처음에 까칠하기 그지 없어 보이던 그녀가 점차 인간미 넘치는 여인으로 거듭나는데요. 백치미라고 해야할까요? 표지 속 브릿마리의 표정이 참 솔깃했던 소설이었답니다. [오베라는 남자] 표지를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브릿마리 여기 있다] 표지만 보더라도 많은 부분에서 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요. 역시나 [오베라는 남자]와 [브릿마리 여기 있다]의 작가가 같답니다. 프레드릭 배크만 작가의 3번째 이야기가 바로 [브릿마리 여기 있다]라고 해요. 아쉽게도 아직 두번째 이야기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요. 한 겨울 추위에 바깥 활동보다 독서가 제격인 것 같아요. 조만간 꼭 읽어보려고 해요.




그러면 [브릿마리 여기 있다] 후기로 다시금 소설의 기억을 더듬어 볼까해요. 사실 한 권의 소설이긴 하지만 500페이지가 조금 못되는 양이라 여러날을 거쳐 읽었던 소설인데요. 잠시 쉬어 읽더라도 감동의 끊김이 그닥 없는 이야기였어요. 브릿마리의 첫 인상은 곧이 곧대로, 정확함, 타협불가라 해야할까요? 사회생활로 비교하자면 융통성 제로인 그녀였는데요. 브릿마리가 취업을 하게 되는 과정도 독특함 그 자체에요.



화분에는 흙만 담겨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 밑에서 꽃들이 봄을 기다리고 있다. 겨울에는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것에도 가능성이 있다고 믿으며 물을 주어야 한다. 브릿마리는 자신의 마음속에도 그런 믿음이 있는지 아니면 그저 그러길 바라는 마음뿐인지 더 이상 알 수가 없다. 어쩌며 둘 다 없는지도 모른다. (본문 68-69 페이지 중)



감동적인 작가 문체를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데요. 그 감동을 잊어버릴까봐 중간중간 포스트잇으로 표시를 해 두었어요. 책 소개를 쓸 때 꼭 소개하고픈 내용들이었거든요. 책을 덮고 다시금 펼쳤을 때 읽더라도 그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져요. 브릿마리 만큼이나 작가에게 매료되는 순간이기도 한대요. 어쩌면 이런 표현들로 독자에게 감동을 전하는지 대단해요. 재미와 유머도 놓치지 않으니 더 매력적인 소설이기도 하구요.


모든 결혼 생활에 단점이 있는 이유는 모든 인간에게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살다보면 그 사람의 약점들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다스리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예를 들어 그 약점들을 무거운 가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으면 그걸 피해가며 청소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환상을 유지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 먼지가 쌓이겠지만 손님들 모르게 지나갈 수 있기만 하면 참고 버틸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누가 허락도 없이 가구를 옮겨버리면 모든 게 만천하에 드러난다. 먼지와 긁힌 자국, 쪽매널 마루에 영원히 남은 흠집. 하지만 이쯤 되면 이미 되돌릴 방법이 없다.  (본문 172페이지 중)



청소 결벽증이라고 해야할지.. 브릿마리 이야기에서 과탄산소다는 빼놓을 수 없구요. 한 가지 더 메모 리스트 또한 브릿마리의 대표적 이미지 이기도 해요. 본문 속에 미지의 인물로 표현하는 등장인물이 나와요. 그녀가 브릿마리를 표현하는 대사가 있는데, "당신은 그 뭣이냐, 청량제 같아요! 브릿이 없으면 브로그가 지루하지 않겠어요?" 라는 부분이에요. 40년을 전업주부로.. 또 할 줄 아는게 없는 사회생활에 있어서는 자신감이 제로였던 그녀가 브로그라는 마을에서는 그 누구보다 자신을 찾고 또 브로그에서 중요한 인물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브릿마리는 정말 괜찮은 여인으로 성숙하는 것 같아요. 대단해서가 아니라 그저 조금씩 조금씩 발전하는 그녀에게 응원을 하게 된답니다. 누구를 위한 삶이 아니라 스스로가 그렇게 하고 싶어서 선택하는 순간이 브릿마리에게는 그 어떤 순간보다 가장 멋진 인생의 첫 출발점이 돼요.


프레드릭 배크만 작가는 [오베라는 남자]에서도 그렇고 [브릿마리 여기 있다]에서도 주인공이 젊고 예쁘고 멋진 이들이 아닌 50대, 60대의 중년 남성, 여성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그 속에서 알게 모르게 서서히 젖어드는 지혜를 배우게 되는데요. 점점 더 프레드릭 배크만 작가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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