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보쟁글스
올리비에 부르도 지음, 이승재 옮김 / 자음과모음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1980년생 30대 후반의 나이의 작가의 첫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그리 이른 나이의 등단은 아닌 듯 해요. 하지만, 젊은 작가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아요. '2016년 프랑스 문단을 뒤흔든 작가'라는 화려한 수식어에 비하면 사실 작가의 이력은 작가로서는 어쩌면 초라한 이력이기도 한대요. 올리비에 부르도 작가는 정규 교육을 조기 퇴직하고, 텔레비전 없는 집에서 독서에 몰두하며 몽상과 공상을 즐겼다하니 작가의 기질은 다분했던 듯 합니다. 하지만 그의 경력은 작가의 길이 아닌 돌고 돌아서 이 자리로 온 듯 하네요. 10년 동안 부동산 업계에서 일했고, 열정적이었으나 결과는 실패였다고 하네요. 이외에도 흰개미 박멸회사 대표라는 특별한 경력도 있구요. 종합병원 배수관 기사와 교과서 출판사의 총무라는 전혀 새로운 직업과 소금 채취업자라는 직업도 거쳤다고 하네요. 그런 그가 <미스터 보쟁글스>를 적기까지는 꼬박 7주만에 가능했다고 해요. 정말 대단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구요.




사실 처음 책 제목을 읽었을 때 <미스터 보쟁글스>는   보쟁글스라는 주인공의 이야기구나 했어요! 알고보니 '미스터 보쟁글스'라는 노래가 있더라구요. 소설 초반부에 바로 소개가 된답니다. '미스터 보쟁글스'라는 곡은 이 소설에서 '인연'과도 같은 메세지이기도 하구요. 또 '미스터 보쟁글스'를 빼놓고는 이야기 전개가 쉽지 않을 만큼 주인공 가족에게는 생활 속의 일부와도 같은 의미있는 아이콘이지요.

​이 소설은 아버지의 회상편의 일기와 아들의 시선에서 풀어가는 이야기로 함께 전개가 되는데요. 전 뒷 부분으로 갈수록 궁금증이 풀리는 스토리더라구요. 때문에 끝까지 읽은 후 책을 덮지 않고 다시 앞에서 읽으니 더 재미났던 듯 해요. 사실 소설을 한 번 읽고 바로 다시 읽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미스터 보쟁글스>는 다시 한 번 더 읽어도 오히려 가독성이 더 좋으면서도 재미도 잃지 않고 읽을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의 소설 읽기 시간이었어요.

​처음에는 유희를 즐기는 부부의 이야기를 유쾌하고 괴상하지만 발랄하게 펼치는 스토리인가보다 했었는데요. 사실은 본문의 이 부분을 읽고는 제 스스로도 설마했지만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엄마의 새로운 상태(미친 상태)는 그것이 예정 없이, 정해진 시간 없이, 약속 없이, 마치 걸인이 찾아오듯 그냥 온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그 문제를 잊었나 싶으면, 또 이전 생활을 되찾았나 싶으면 노크고 없이, 초인종 소리도 없이, 아침이든 밤이든, 저녁 식사 때든 샤워를 마친 뒤든, 산책 중이든 불현듯 재발했다. 그때마다 우리는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전혀 몰랐고, 분명한 건 이제 그걸 반드시 익혀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고나 나면 응급조치를 설명한 책자나 구조원이 있었지만 우리에게 그런 게 전혀 없었다. 그런 상황에 익숙해지기가 쉽지 않았다.... 이 새로운 재발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알려고 했다. 실은 그걸 전혀 알 수 없다는 것, 그게 바로 문제였다. (본문 75페이지 중)


이런 가정에서 가족애는 참 대단하게 느껴졌다. 포기와 좌절이 아닌 꿋꿋히 버티고 아내를 엄마를 지키려는 이들의 노력은 가히 감동적이다. 유쾌하게 비추고 있지만 이 가족의 애환이 느껴져서 아련함이 더 했다. '미스터 보쟁글스'는 엄마가 너무도 즐기고 또 이 곡에 맞춰 춤추는 걸 좋아했는데 끊임없이 '미스터 보쟁글스'는 이 스토리에서 등장한다. 때로는 난감하기까지한 엄마의 위태한 행동들도 가족의 사랑으로 극복하는데, 그 과정이 어찌보면 과장스러운 부분이 많기도 하다. 엄마는 정신병원을 탈출하기 위해 어느 날 가족에게 유괴를 제안하고 성공적으로 탈출한다. 하지만, 그녀의 선택은 자신의 영원한 잠듦이 가족의 평안이라 생각했는지 어느 날 수면제 한 가득을 들이킨 채, 흰색 나이트가운 차림에 두 팔을 십자가처럼 벌리고서 호수 위에서 편안히 잠들었다.


엄마가 예전의 집을 불태워버려 사진 한 장 남지 않았는데, 어느 날 아빠가 가족 사진 한 장을 발견하고는 펑펑 우는 장면 역시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다. 가족의 사랑에 대해 곱씹어보게 하는 소설이었는데 표지와 같이 행복하고 유쾌함을 기대했으나 전혀 다른 방향의 스토리였지만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재미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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