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런 가족
전아리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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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소설 한 권 읽었네요. 제목이 너무 재미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싶어 선택한 책이랍니다. 우선 <어쩌다 이런 가족>은 한 명을 주인공으로 풀어내는 스토리가 아니라 등장인물 모두에게 초점을 맞춘 이야기로 진행되어서 재미났어요. 그리고 중간중간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문구들이 많아서 나도 모르게 끄덕이며 정독하게 되는 구절들도 참 많았답니다.




처음에는 진부한 일반적인 부잣집 이야기는 아닐까? 살짝 의심했었는데요. 작가님이 풀어나가는 이야기 전개가 참 재미났답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토리라 계속 궁금해지더라구요. 특히, 현주라는 인물을 납치하기로 한 장면에서 갑작스런 휘발유 화재는 뜬금없는 스토리일지도 모르겠으나 작가가 의도하는 '순순한 사랑'이 잘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했어요.

<어쩌다 이런 가족>에는  서용훈(아빠), 유미옥(엄마), 서혜윤, 서혜란 4인 가족과 이진환, 고진욱, 경수, 명석 등의 등장인물이 나옵니다. 가족이라면 가족간의 갈등을 겪기 마련인데 혜란이네의 가족은 그런 불만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지요. 그러던 어느 날 늘 모범적으로만 생각했던 혜윤에게 믿기 힘든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약혼자 경수와 파혼을 하고 '섹스 동영상'이라는 대형 사건을 선포하는데요. 이 때문에 혜윤이네 가정에는 커다란 변화가 생기게 된답니다. 그러면서 일어나게 되는 스토리가 바로 <어쩌다 이런 가족>에서 만나게 되는 내용이지요.

미옥이 고개를 끄덕이자 의료진은 구한의 생명유지 장치를 하나씩 떼어낸다.(p.188)


짧은 한 문장에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는데요. 미옥에게 첫 사랑 구한은 어떤 의미였을까?부터 구한을 떠나보내기로 마음먹은 미옥의 마음은 앞으로 현재의 가족을 오롯이 받아들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다가오는 대목이기도 했어요.


우리 네 명 다 가족이긴 해도 각자 다른 인격체고, 다른 생각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이야. 근데 엄마가 그렇게 고집하는 품위 때문에 속 터놓고 얘기할 엄두도 못 냈어. 서로가 어떻게 사는지, 무슨 생각 하는지 모른 채로 사는 게 가족이야? 남이지. (p.175)


드뎌 혜란네의 갈등이 폭발하는 장면의 한 대목인데요. 읽으면서 독자들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생각되는 대목이기도 했어요. 진정한 가족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지요.

하나같이 결말만큼은 더 이상 누구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자신의 의지에 의해 선택하고, 행동하는 장면들이 인상적인데요. 미옥의 구한과의 마지막 이별이 그랬고, 혜란의 sns를 통해 약혼식을 선포한 것도 그랬고, 진욱이 다니던 회사를 계속 다니는 점도 그랬고, 용훈이 직접 현주를 찾아가고 복어를 만나고 또 정우를 생각하며 "야, 정우야!" 부르는 장면, 그가 훔친 눈물의 의미가 가슴뭉클하게 만드네요. 경수의 마지막 등장도 반전이라면 반전이었는데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그리고 가장 진실되고 순수한 사랑, 가장 평범하지만 행복한 가정의 모습은 이런거다라는 걸 느끼게 되는 <어쩌다 이런 가족>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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