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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 B급 좌파 김규항이 말하는 진보와 영성
김규항.지승호 지음 / 알마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나는 책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아직까지 사회비평에 관한 책까지 섭렵하기에는 내공이 부족하다. 당연하게 국민의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정치와 사회에 관심을 두어야할 테지만 나에게있어 사회비평에 관한 이야기는 아직도 낯설고 어려운 이야기인 것 같다.
그런 내가 2010년 올해의 책에서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평소 관심밖의 이야기이긴 했지만 인터뷰로 진행되는 독특한 설정의 구성이 다소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게 배려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우선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라는 책을 읽기에 앞서 이 책의 김규항 저자에게 자연스레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좌파’에서 유명세를 떨친다는 저자의 이름이 나는 낯설어서 무척이나 부끄러워졌다. 평소에 자주 보아왔던 <고래가 그랬어>라는 잡지의 간행인이 김규항님이라는 사실 조차도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라는 책을 통해 새로이 알게 되었다.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를 100% 이해하며 읽진 못했지만, 독서의 힘을 깨닫게 한 책이다. 비록 100%의 깨달음은 아니라 할지라도 새로움을 발견하고 알아간다는 점에서 분명 나를 변화시키는 데에 독서의 역할이 큰 비중임을 깨닫게 된다.
인생에 대단한 의미를 두고, 보다 밝은 미래를 위해 늘 열심히 노력하고, 공격적으로 살아가는 걸 미덕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게 바로 인생을 끊임없이 고단하게 만듭니다. 만날 ’보다 나은 미래’만 생각하지 ’오늘’이 없어요. 인생은 오늘의 연속이잖아요.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고 감사할 줄 알 때 비로소 수십년의 인생이 평화로울 수 있는 거죠. (본문 22페이지)
남자는 구라의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여자는 수다의 방식으로 이야기한다....(본문 114페이지)
남자들은 자기 진심도 잘 얘기하지 않아요. 어릴 때 부터 훈련이 되어 있어요. 진심을 드러내면 자기한테 불리하다는 사실을 잘 알죠. 그런 훈련 덕에 열등한 인간인데도 권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겁니다. 권력은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 권력욕이 있는 사람이 잡게 되어 있어요. (본문 114페이지)
맞는 말이다. 권력은 권력욕이 있어 애쓰는 사람이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우리 사회를 잘 들여다보면 똑똑한 머리를 올바른 정의를 위해 쓰고 있는 이들이 권력을 가지는 이들과는 무관한 경우가 많음이 바로 그것이다.
<고래가 그랬어>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어린이 인문학교’이다. <고래가 그랬어>는 인문학의 본디 정신을 아이가 지식으로 습득하는 게 아니라 냄새도 맡고 느끼고 깨닫게 하는 잡지이다.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건 무엇인지. 동무와 이웃과 소통하며 연대하는 일은 왜 중요한지, 자연과 교감하고 조화를 이루며 사는 일은 왜 필요한지를 깨닫게 하는 잡지이다. (본문 287페이지)
개인적으로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의 입장에서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를 읽으면서도 교육과 관련한 이야기, <고래가 그랬어>와 관련한 이야기는 다른류의 주제보다 더욱 관심이 가고 눈을 뗄 수 없었다. 때때로 나름대로 기준으로 관심밖의 주제는 컷트하며 읽기도 했지만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는 속시원하게 자신이 생각하는 이야기를 거침없이 뱉어내는 김규항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