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소년들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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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기대하던 대로 [압구정 소년들]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질주하듯 내 눈은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술술술 읽혀지는 이맛이야말로 바로 이재익 작가만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올해 가을 <카시오페아 공주>라는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이재익 작가를 알게 되었고 <카시오페아 공주>라는 작품을 통해 이재익이라는 새로운 작가를 또렷이 기억하게 되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후속작으로 만나게 된 [압구정 소년들]은 그러한 이유로 더욱 읽어보고픈 책이었다. 

[압구정 소년들]의 작품 배경에는 이재익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가 시대적 배경으로 많이 깔려있다. 1975년생인 작가는 나와 비슷한 세대의 학창시절을 겪은 때문인지 더 깊이 동화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압구정 소년들]은 성장소설의 성격을 담아내고 있으면서도 일명 강남의 청소년에 대해 이야기하는 제한적 설정이 눈에 띈다. 게다가 이재익 작가의 직업적 특성과도 잘 맞는 '연예계'의 어두운면을 배경으로 스릴러로 접근하는 독특한 반전의 이야기로 재미를 더한다. 18세 7인의 유년이야기에서 18년의 세월이 흘러 이어지는 스토리 또한 눈여겨 볼 만 하다. 

무엇보다 이재익 작가의 매력은 그 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문체들인데 개인적으로 스토리만큼이나 작가의 문체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누구나 쉽게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문체여서 대중적인 코드가 느껴진다. 스토리의 진행방식도 애매모호하지 않고 적당한 때, 적당한 타이밍에 맞춰 독자의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어 마치 영화나 드라마를 연상하듯 흡입력있게 스토리에 빠져들게 된다.

지상민의 등장이라던가, 타임캡슐은 뭔가 암시하기에 충분한 메세지로 다가왔지만, 예상치 못한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 결말은 그랬기에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소설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아쉬움이 있다면 '락' 장르에는 워낙 문외한이라 작품 속 '락'이야기만큼은 제대로 동화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압구정 소년들]은 비록 사랑의 시작은 잘못이어졌지만 마지막만큼은 서로의 행복을 지켜주기 위한 사랑을 선택한 이들의 반전 스토리였기에 그래서 더욱 깊은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연.희.가.죽.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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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조문객이 들어설 때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기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런 취재진들의 모습이 먹다 버린 과일에 잔뜩 달라붙은 초파리 떼를 닮은 듯 했다. 
.....
연희가 죽었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이자 제국의 황제 박대웅은 비행기를 타고 곧 도착할 예정이었다. 끝이 아니라 폭풍의 시작 같은 죽음이었다. 굶주린 늑대 같은 기자들이 그녀의 죽음을 둘러싼 기삿거리를 큰 덩어리, 작은 부스러기 할 것 없이 샅샅이 찾아낼 터였다.

결핍은 타인이 채워줄 수 없어. 그런 것처럼 착각을 하고 살 뿐이지. - 214페이지

집에 도착했다. 지하 주차장이 없는 청담동 삼익아파트 주차장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꽉 차 있었다. 그럼 그렇지. 주차선 안쪽은 퇴근 시간 직후 도착한 부지런한 차들에 점령당한다. 그 앞과 옆의 이중 주차랄 자리도 밤 9시면 끝. 나처럼 자정 넘어서 들어오면 아파트 단지에서 경기고등학교로 나가는 도로 옆에 줄지어 주차하는 수밖에 없었다. 원래는 불법이지만 암묵적으로 심야 시간 단속은 없고 아침 8시부터 단속을 시작했다. 바꿔 말하면 아침 8시전에 출근하거나 차를 옮겨야 했다. 그런 수고로움이 싫다면 4만 원짜리 주차 딱지를 끊으면 된다. - 30-31페이지

주스토리를 생각할 때 뜬근없는 이야기라 생각되지만 주차난으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독자로서 잠시였지만 극히 공감이 갔던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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