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시대 1 - 개정판
노자와 히사시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한 결혼생활이라면 그야말로 해피엔딩이 아닐까? 하지만, 이와 반대의 결혼생활로 행복한 종지부를 찍지 못하고 결혼생활 도중에 이혼으로 마침표를 찍는 가정이 많아졌다. 이혼이 최선의 방법으로 선택되어지는 경우도 많지만 [연애시대]의 하루와 리이치로 부부는 ’사랑하지만 헤어지는 부부’라는 설정으로 찾아온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결혼’은 막연하게 행복하기도 하지만 반면 두려움을 갖는게 대부분 사람들의 심리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연애시대]에서 보여지는 하루와 리이치로의 이야기는 더욱 실감나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았던 이야기라 생각된다. 

 [연애시대]는 ’한 때 부부’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구성된 이야기이다
. 헤어지기는 했으나 미련이 많아 미기적거리는 ’한 때 부부’의 두 주인공을 들여다보자. 속마음과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의 모순적인 사랑의 형태 때문에 이들은 진정한 사랑을 찾지 못하고 겉으로만 빙빙돌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루에게 남편 리이치로는 첫 눈에 반한 왕자님이자 헤어진 지금도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스스로가 상처 받길 겁내하기 때문에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못한다. 그런 마음이 사랑하지만 남편과 헤어지게 된다. 하지만 전 남편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도 있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는 아이러니한 하루의 행동이지만 하루의 심리를 잘 읽고 나면 그만큼 가슴앓이하는 하루의 모습이 잘 그려지게 된다.

남편 리이치로는 어떤 인물일까? 공적인 생활에서는 냉철하고 철저한 성격의 그이지만 연애에서 있어서 만큼은 우유부단한 성격과 현실도피증으로 주위사람을 답답하게  만든다. 리이치로 역시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결혼생활에 있어서만큼은 책임감있는 가장의 역할을 하지 못해 끝내 이혼으로 종지부를 찍게 된다. 리이치로 역시 하루를 사랑하는 마음은 그대로여서 ’헤어졌지만 좋은 사람’으로 인연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헤어질 무렵 리이치로가 무심코 내뱉은 ’위자료’가 이들의 인연의 끈을 놓지 못하는 구실로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애초부터 서로가 사랑하지만 헤어지는 상황이었기에 ’친구같은 한 때 부부’로 엮어주기엔 리이치로는 ’위자료’라는 구실로 하루는 ’책을 구해달라’ 만큼의 좋은 구실은 없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주변을 맴돌지만 다시 재결합하기에는 자신이 없는 이들과 주변 등장인물들 한 명 한 명이 각 각 연인으로 등장하며 갈등과 고민이 야기되어 이야기의 상황전개가 무척 흥미로운 책이다. [연애시대]는 같은 제목으로 TV드라마로도 방영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주인공으로 등장한 손예진과 감우성 모두 좋아하는 배우여서 잠시 잠시 본 적이 있었는데 뒤늦게 원작을 읽고 보니 원작을 읽는 재미가 더 쏠쏠하다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를 통해 잠시 보았을 때는 중간 중간 보고 넘겨서 이들의 심리를 정확히 읽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반면, 소설을 통해 만난 주인공들에는 속내를 알아가는 깊은 맛이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맞선 상대를 알선하는 일? 고작 그런 일밖에 못해? 한심한 여자 같으니.... 또 다시 실패할까봐 두려운 거지? 실패하면 또 도전하면 되는 거야. 까짓 호적이야 좀 지저분해지면 어때. 그런게 말년에 가서 무슨 흉이 되냐고. 가령 네 아이가 호적을 봤다고 쳐. 엄마는 아빠하고 무슨 연애를 이렇게 많이 반복했냐고 물으면 이게 내 노력의 흔적이란다. 이 수많은 X표시는 나의 훈장이란다. 이렇게 말해주면 되는 거라고."
  두려운 건 X표시가 아니었다. 그 표시들이 생기기까지 내가 입을 상처, 리이치로가 입게 될 상처였다. 사유리는 상처를 입어도 다시 일어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나는 평온하게 살고 싶었다. 언제까지든 싸움만 하다 세월 보내는 인생, 그만 하고 싶었다. (281페이지 중)

하루의 속내를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야마모토 유즈(1884-1948, 소설가)가 어떤 소설에서, 부부에 대해 이렇게 정의 내린 적이 있었다. 
’오른쪽 신은 왼발에는 맞지 않는다. 하지만 양쪽이 아니면 한 켤레라고는 하지 않는다.’(211 페이지 중)

[연애시대]는 결혼,임신,사산,이혼이라는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로 1년 3개월만에 종지부를 찍어버린 주인공이 이혼한 뒤에서야 진정으로 서로 사랑했고 함께했던 시간들이 행복한 순간이었음을 깨달아가는 20대 부부의 연애 이야기를 공감되고 유머스러하게 다룬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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