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춤 - 조정래 장편소설

허수아비춤
조정래 지음 / 문학의문학 / 2010년 10월

'깨달음을 얻는다'는 말을 나 또한 책을 통해 실감하게 될 때가 있다.  '세상을 보다 깊고 넓은 시야로 응시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책을 통해 경험하게 될 때가 많았다. 그런 작품들 중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조정래 작가님의 ’한강’, ’태백산맥’, ’아리랑’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한강’, ’태백산맥’, ’아리랑’은 출간과 동시에 접했던 소설이 아니라 나는 참으로 늦게 읽었던 책이고, 그마저도 아직 다 읽지 못한 시리즈도 있다. 조정래 작가님의 따끈따끈한 신간을 냅다 읽었던 기억은 어디에도 없다. 그런 기억 때문일까? 이번 ’허수아비춤’만큼은 남들보다 먼저 앞서 읽고 싶었다. 그래서 ’와~ 벌써 그 책 읽었어?"라는 말 들어보고 싶었다. 그렇게 내심 타인에게 자랑하고픈 마음과 욕심이 생겼다. 조정래 작가님의 작품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그런 마음이 들었다. 



우선 ’허수아비춤’을 만났을 때 ’대하소설’이 아니라는 점에서 참말로 반가웠다. 어쩌면 이전의 소설들처럼 기나긴 소설이었다면 당장 읽어볼까하는 시작에서부터 주저하였을지도 모르겠다. 다행스럽게도 1권짜리 장편소설인 ’허수아비춤’을 읽었다. 소설 내용과 참으로 기가막힌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떠오르는 단어가 있었다면 ’꼭두각시’였다. 논밭에 허우대만 덩그러니 세워져 있는 속빈 강정 같은 모습이 맞기도 하고,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위선에서 지시하는 대로 행동하는 등장인물들, 재물과 명예를 탐하는 수컷의 본능적인 질주의 적나라함은 나에게는 적어도 멋져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안타까운 허수아비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조정래 작가는 ’허수아비춤’을 통해 직접적으로는 상류사회의 비밀을 폭로하듯 표현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의로운 사회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할 80%이상의 국민들이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비정의와 타협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지에 대해 일침을 놓는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허수아비춤]을 읽고 느꼈던 여운이 ’해설’의 끝자락에서 비수를 꽂듯 절묘하게 표현하는 구절을 찾았다. 

어쩌면 기성세대의 성인들이 [허수아비춤]을 읽는다면 이미 다 아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과 같은 이야기라 특별할 것도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경제며 정치며 언론, 대기업의 상관관계에 대해 속속들이 모르고 관심없어 하는 나와 같은 일반 성인이라 할 지 라도 허수아비춤의 내용은 아마도 그닥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반면 내가 겪지 않았고, 잘 알지 못했던 일제시대나 한반도의 해방, 6.25의 이야기를 소설로 만나면서 역사의 가닥을 보다 더 잘 잡아갔듯 우리의 청소년이나 젊은이들은 [허수아비춤]을 통해 우리 현 시대의 부패적인 상류사회에 대해 보다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짧게나마 분명한 힌트를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