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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전혜린 - 그리고 다시 찾아온 광기와 열정의 이름, 개정판
정도상 지음 / 두리미디어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전혜린... 나는 그녀를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1934년생으로 우리나라 최초 독일유학을 떠난 여성으로 기록되고 있는 그녀는 서울대학교 법대에서도 유일한 여성이었다. 자신의 추구와는 거리가 먼 법대를 뒤로한 채 독일유학을 선택한 그녀는 귀국 후 성균관대학교 교수, 서울대학교 법대와 이화여대 강사로 활동하게 된다. 또한 수필가겸 전문번역가로 인정받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31세 젊은 나이로 자살을 선택했다.
그런 그녀를 [그 여자 전혜린]을 통해 이제야 만나게 되었다. 전혜린이 살았던 시대 1934년~1965년이라는 시간 속에는 암울한 우리나라의 시대적 배경이 참 많이도 함께하는 시절이었다.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며 전혜린을 만난다면 그녀는 참으로 현대적인 여성이라 할 수 있다. 머리 좋은 여식이어도 배움이 허락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 때 그녀는 서울대학교 법대에 유일한 홍일점으로 입학하는가 하면 유학이라는 단어는 꿈도 꾸지 못한 시대에 독일유학까지 다녀온 그녀이다.
혜택받은 여성일 것 같은 그녀는 하지만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10여년의 세월동안 그녀는 평범함을 거부한 채 젊음의 고뇌에 적극적으로 빠져드는 자유를 갈망하는 그런 여성이다. 흔히 '시대를 잘 못 타고 났다'는 말을 우리는 자주 한다. 바로 전혜린 그녀 역시도 만약 현 시대에 태어났다면 분명 진취적이고 열정적으로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안타까웠다.
전혜린을 만나는 순간 만큼은 그녀가 1950대~1960년대를 살아가는 인물임을 연상하기 힘들다. 혜린은 책 속에서 '주영채'란 인물로 설정되었다. [그 여자 전혜린]의 반 이상은 독일에서의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1950년대 독일이란 공간에 존재했던 전혜린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흥분되는 일이었다. 그녀 역시 한국의 문화와 참 많이 다른 유럽문화 속에서 어쩌면 자유를 비롯, 인식에 대한 탐구와 고뇌는 어쩌면 당연함일지도 모르겠다.
너무 앞서가는 사고는 그 시대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마도 혜린 역시 그런 점에서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고 말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과연 언제 가장 행복했던 것일까? 책을 덮으면서 생각해 보게 된다. [그 여자 전혜린]을 만나 '전.혜.린.' 이름 석자와 그녀를 나란히 기억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