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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 두 집 - <시앗(남편의 첩)> 저자의 가슴 아린 이야기
정희경 지음 / 지상사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남편의 첩’이라는 뜻의 ’시앗’이라는 단어가 있단다. [한 남자 두 집]이라는 이 소설을 읽게 되면서 비로소 ’시앗’이라는 단어를 접했다. 이 소설의 중심에 바로 ’시앗’이라는 단어가 있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가슴먹먹함과 답답함을 느꼈다. 결과적으로 주인공 서영과 준혁의 첫 사랑에 부모의 반대만 없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인생의 주인공은 자신이어야 한다. 부모라 할지라도 성인인 자녀의 일에 좌지우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어쩌면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그러면에서 피해자일지도 모르겠다. 서영의 과거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인수와 결혼을 한 것 자체가 애초에 잘못 된 선택이었다. 인수는 뭐가 그리 당당한 것일까? 자신에게 첩이 있는 것은 부끄럽지 않은 일이고, 아내 서영이 혼전 사귄 남자가 있었다는 사실은 어찌하여 허물이 되어야만 하는 일인 것인가? 너무도 이기적인 인수의 행동 하나 하나와 철판을 깐듯한 행동 하나 하나들이 독자인 나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제발 이 땅의 부모들은 성인 자녀의 의사와 판단에 존중해 주었으면 한다. 나 또한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기까지 어마어마한 집안의 반대로 힘들었었다. 결국 부모님의 가슴에 못을 박고 나의 판단대로 결혼했다. 결과적으로 부모님께 인정받기 위한 수년의 힘든 세월이 있었지만 나의 선택이 옳았다고 지금도 믿는다. 만약 부모님의 반대로 나의 진실된 사랑이 인정받지 못한 채 이별을 했다면 아마 나도 서영과 같이 평생을 가슴 한 켠에 가슴앓이하며 살아갈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나 또한 부모의 반대라는 벽에 부딪힌 경험이 있기에 서영의 이야기가 더 애절하지 않았나 생각해 보게 된다.
인수는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지 못한 사람이다. 결혼 전의 과거는 상관할 일이 아니라며 서영과의 결혼에 대해 당당하게 떠들어대던 그가 결혼 후에 서영의 과거를 핑곗거리로 여기는 모습, 당당하게 바람을 피우는 인수를 이해하기는 힘들다. 바람핀 지 25년만에 아내에게 들키고, 그 후로도 계속 지연을 만나는 인수를 보면 어쩌면 둘은 진정한 사랑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깨끗이 이혼을 하고, 새로이 가정을 꾸릴것이지 두 여자의 끈을 놓지 않는 인수는 정말 이상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서영을 놓는 순간 서영이 준혁을 만나고 행복할 수 있다는 이기심이 존재하는 것일까? 아뭏던 복잡하기 그지없는 등장인물들의 생각을 하나 하나 읽어 내기엔 아직 나의 삶의 내공이 부족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도’를 지키며 살아야한다는 정도는 누구나가 알고 있는 내용이다. 인수는 ’도’라는 이름 앞에 자신의 상황을 합리화하기 바쁜 치졸한 인간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서영과 준혁의 이혼 후의 만남에선 참 많이도 감동적이다. 40여년의 세월이 흘러 20대의 그 애틋한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는 사실 자제가 로맨스이다. 60이라는 나이를 넘기고도 아름다운 사랑을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에 서영과 준혁의 사랑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이고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서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준혁은 진정으로 멋진 남자이다. 이제는 잘못 끼워진 단추들이 늦게나마 인수와 지연, 서영과 준혁이라는 제대로의 짝을 만나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