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노트북
제임스 A. 레바인 지음, 홍성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아홉 살 주인공 ’바툭’이 앞으로의 자신의 운명에 대해 예감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겨우 아홉 살 난 딸 아이가 타인도 아닌 친부모인 아빠의 손에 이끌려 자신의 운명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장면을 보면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한 생명의 고귀해야 할 인생이 비인간적인 어른들로 인해 말로는 차마 형용하기 힘든 아픔을 겪는 모습이 [블루 노트북]을 통해 들춰지게 된다. 

바툭의 어린 창녀로의 경험과 바툭의 시선으로 묘사하는 그 세계의 암흑의 공간에는 지독한 잔인함과 인권유린을 서슴치 않는 비인간적인 어른들의 모습들이 그대로 녹아져 있다. 인간의 잔인함은 과연 어디까지 가능한 것일까? [블루 노트북]을 읽는 내내 섬뜩한 마음을 진정하기 힘들었다. 

그러다 지독하고 섬뜩한 이 이야기를 결코 중단하지 않고 끝까지 읽어내려가는 나를 발견한다. 나에게도 네 살난 딸아이가 있다. 요즘에도 끊이질 않는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 사고의 소식들은 딸을 가진 부모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다. 양심과 도덕성을 뒤로한 채 잔인하고 비도덕적인 행동을 불사하면서까지 자신의 이익과 욕망만을 채우려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음에 다시 한 번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블루 노트북]은 인도 뭄바이를 배경으로 한 열 다섯 살 창녀 ’바툭’의 이야기라는 사실만으로 시작부터 편치않은 마음으로 책을 읽어내려갔다. [블루 노트북]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단 ’바툭’만이 이야기가 아니라 사창가의 어린 소녀, 소년들의 숨은 이야기, 특히 겉으로 보여지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바툭이 말하는 고아원의 충격적인 생활상을 목격하게 된다. 

푸닛에게는 새장 같은 방과 이 길거리 외에는 다른 현실이 없다. 그래서 도망치지 않는 것이다. 그 아이에게는 이곳이 전부다. p.114

아홉 살 부터 열 다섯 살.. 부모의 사랑 속에 마음껏 행복해야 할 나이에 가히 상상하기 힘든 삶을 살아가는 바툭의 상처는 무엇으로 보상받아야 할까? 이제는 탈출구를 찾은 듯한 바툭의 마지막은 병원이었다. 앞으로 행복해지기만을 바라는 마음과 동시에 과연 병원을 퇴원한 후 바툭의 삶이 궁금해진다. 과연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러기에는 부모가 바툭에게 인륜으로는 도저히 용서하기 힘든 너무나 큰 죄와 상처를 입혔다. 바툭이 푸닛처럼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어 다시 한 번 좌절하지 않기를... 그렇게 끝까지 바툭은 나의 마음에서 아픔으로 남은 어리기만 한 소녀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