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산]란 작품이 조선시대 세태와 풍속과 백성들의 삶을 장길산이라는 인물을 토대로 치밀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나를 매료시켰다면, [개밥바라기별]란 작품을 만나면서 황석영이라는 작가를 오롯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다시금 만난 [강남몽]은 또 다른 매력이지만 황석영 작가만이 추구할 수 있는 작품세계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게 황석영의 작품의 세계 [강남몽]으로 다시금 빠져들었다. 강남몽을 읽고 있노라면 전혀 상관관계가 없을 것 같은 인물들이 시대를 넘나드는 자유자재의 유연함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박선녀라는 여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인물구도가 매우 특색있게 다가오는데 박선녀를 첫 시작으로 내세워 그녀의 삶 주변으로의 인물들이 각 장 마다 새로이 주인공 형태로 부각시키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박선녀는 김진의 두 번째 부인임과 동시에 대성백화점 붕괴시 희생자 중의 한 명으로 최후를 맞는 인물로 등장한다. 2장에 자세히 등장하는 김진 역시 강남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심에 있는 인물로 그가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배경을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접목시켜 예리하게 파고든다. 2장이 김진이란 인물을 내세워 박정희 대통령이 정치계로 입문하는 과정과 당시의 정치비자금 및 건설업 상황을 재조명하고 있다면 3장에서는 부동산업자 심남수를 내세우며 경부고속도로 개통을 전후 한 시기의 강남의 형성사를 그려내고 있다. 심남수는 비단 박선녀와의 인연이 아니더라도 남서울개발계획이라는 이름 아래 형성된 강남형성사의 부동산 투기 시발점에 서 있는 인물이자 청와대에서 대통령 선거에 대비한 정치자금을 투기 명목으로 서울시청으로 내려진 비밀지시를 심남수를 통해 남서울개발계획 지구 일부를 사들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로 비추어진다. 심남수를 통해 우리는 강남형성사를 고스란히 목격하게 된다.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에는 다리가 놓이겠지. 길 가는 데 땅이 있고 땅은 돈이 된다. 이게 부동산 투자의 첫전째 원칙이야.’ (본문207페이지) 4장에서는 박선녀가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면서 자연스레 인연이 되었던 암흑의 세계인 깡패들의 다양한 파를 둘러싼 운명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5장에서는 박선녀와 함께 대성백화점 붕괴 사고로 매몰 된 대성백화점 판매직원 ’정아’라는 인물을 파고들며 같은 시대 빈민촌의 생활사를 그녀의 부모님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육십년대 말에 서울시는 강남에 중산층을 위한 새서울계획을 세우는 것과 동시에 도시빈민들의 정착지를 서울에서 더 떨어진 경기도 일대의 외곽에 형성하게 된다. ’광주대단지’가 성남시로 승격되고 서울시의 위성도시로의 개발로 확정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아’의 어머니 점순이 파출부로 일하면서 들려주는 부잣집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정아’는 기적적으로 백화점 건물 붕괴 십칠일 만에 마지막 생존자로 구출된다. 각 인물의 마지막 장면은 하나같이 대성백화점 붕괴를 기점으로 막을 내린다. 강남몽에서 만나 인물들을 바라보며 우리의 인생사를 ’일장춘몽’에 비유해보게 된다. 욕망으로 가득찼던 강남몽을 꿈꾸던 이들의 결말은 쓸쓸함이 남는다. ’강남몽’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단지 허구에 불과하다고 단정하기에는 우리의 현대사를 너무나도 정직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강남몽’을 꿈꾸어 오던 욕망은 그저 한 순간의 꿈에 불과한 채 그 끝은 허무했다. 이들을 지켜보며 단순하게는 ’권선징악’, ’도덕’이란 단어로 나 자신을 다시 무장하게 만든다. ’그래! 사람은 모름지기 착하고, 정직하게 살아야 돼!’. ’욕심은 끝내 화를 부른다’는 단순한 진리를 되새기게 한다. ’삼풍백화점’을 연상케 하는 ’대성 백화점’의 붕괴와 관련한 주인공 김진은 살아남았지만 법의 심판과 도덕적 양심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며, 적정선에서 손을 털고 일본행을 택했던 심남수와는 다르게 문어발식으로 욕망을 채워나갔던 박기철은 부도라는 최후를 맞지 않는가? 암흑의 세계 역시 ’빛 좋은 개살구’조차도 되지 못한 인생이 아니었던가? 책 속의 단 한 장면 ’대성백화점’ 붕괴와 함게 ’삼풍백화점’이 동시에 뇌리속에 겹쳤다. 기억하건대 내 나이 스물즈음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는 뉴스를 통해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충격이었다. 이 장면이 [강남몽]을 읽으며 깊게 동화 될 수 있었던 한 장면이었듯 나보다 더 윗세대를 겪었던 독자에게는 더 많은 부분을 동화되어 다가오리라 생각된다. 어쩌면 우리가 겪지는 않았다 할지라도 이미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내용을 황석영 작가는 [강남몽] 작품을 통해 서서히 몰락해가는 상류층의 일상으로 비집고 들어가 다시금 적나라하게 드러내놓고 있다. 모두를 환상에 젖게 한 ’강남몽’의 최후는 우리가 상상하던 만큼 그리 화려하지도, 행복할 것도 없는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끝맺음의 <작가의 말>을 읽으면서 내가 작가의 의도를 그리 벗어나지 않게 작품을 파악하였음에 스스로가 대견해지는 나를 발견하며 미소와 함께 책장을 덮을 수 있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