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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 망태 부리붕태 - 전성태가 주운 이야기
전성태 지음 / 좋은생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시골에서 자란 주인공의 이야기는 어린시절 시골 외가에서 자주 머물곤 하던 나의 기억들을 고스란히 떠올리게 한다. 5일장을 다니던 기억도 마을 동산을 휘젓고 다니던 기억도 동네 어귀를 돌아다니는 기억들도 고스란히 기억속에 간직되어 있는 것을 보면 추억이란 그래서 참으로 아름답나 보다. 책 속의 저자에게는 지금의 모습도 어린시절의 모습에서도 참 순수함이 묻어난다. 그리고 저자가 들려주는 가족과 이웃과 자신의 이야기, 일상에서, 길에서 주운 이야기들은 유쾌하고 정겹고 사람사는 냄새가 난다. 어린시절 이야기이긴 하지만 밝히기엔 창피할 수 있는 에피소드를 과감히 드러내기도 한다.
[성태, 망태, 부리붕태]란 제목이 참 특이하다. 도대체 무슨 뜻을 지닌 제목일까 궁금하게 만든다. 알고보니 그닥 중요한 뜻은 없다. 그저 어린 시절 마을 할아버지 한 분이 지어 주신 별명이었다. 왠지 모르게 어색함이 없는 멋진 제목이다.
초등 4학년 호랑이 담임선생님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재미있고, ’문학’ 이라는 길로 이끌림 당한 사연도 재미있다. 지금도 ’결심’이라는 낱말을 쓰려고 하면 주먹이 아니라 엉덩이에 힘이 들어간다는 저자의 모습을 상상하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고, 식당에서 잃어버린 새운동화를 두고 ’남의 신발을 신는 것은 남의 팬티를 입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언질을 놓는 40대 남자를 떠올리는 마냥 우습기도 하다. 마냥 철부지 같던 어린시절 모습에서도 때로는 어린아이 답지 않은 생각 깊은 행동도 발견하게 되고, 그렇게 과거의 추억들은 현재와 과거를 아우르고 있다.
저자가 만남 공원에서 글을 파는 할아버지의 말씀이 재미나다. ’근선응부(勤善應富)’라는 글씨를 2만원인데 만원에 주겠노라는 할아버지는 ’근선응부’란 말을 풀이해 주신다. ’부자가 되는 데는 부지런함과 착함이 서로 나란해야 한다는 소린데 부지런함이 지나치면 죄를 저지르기 쉽고 착하기만 하면 재물이 안 따라온단다. 그래서 적당히 구정물에 발을 담가야 생존 요소를 얻는다는 뜻이 담긴 글이 바로 근선응부’라 한단다. 2만원 글 값을 만원으로 깎았으니 저자가 샀겠지 싶었더니 아니다. 저자는 글 값이 너무 비싸다고 말하고, 할아버지는 이 정도 쓰느라고 이십 년 동안 버린 종이 값 밖에 안된다고 우기시며 옥신각신 한다. 실제로 글 사가는 이들은 외국인이 기념품으로 사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란다.
전성태 작가는 1994년 실천문학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2009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하였다. [성태, 망태, 부리붕태]는 그의 첫 산문집이며 저자의 공감가는 문체로 유쾌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