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화를 그리는 화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김수진 옮김 / 시공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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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선 예술이란 분야의 조예가 깊지 않은 나 스스로가 [전쟁화를 그리는 화가]를 읽기에 도전한 것 자체에 나는 만족한다. 전쟁이라는 테마와 화가와 사진작가라는 테마를 두루 아우르고 있는 이 소설은 전쟁이라는 단어가 암시하듯 예상한 대로 결코 밝은 내용이라고는 볼 수 없다.  

소설의 시작부터 나를 기죽게 하더니 첫 1시간 동안 몰입하여 읽은 게 고작 60페이지였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1장의 알아듣기 힘든 어려운 문구들을 포기하지 않고 잘 넘긴다면 2장 내용부터는 어렵지 않게 본론의 스토리 속으로 빠져들 수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350페이지 가량의 다소 두꺼운 소설을 그렇게 책에만 몰입하다보니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전쟁화를 그리는 화가]의 작가 아르투로 페레스-레베르테는 자신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주제를 살려 그만의 개성이 묻어나는 멋진 소설을 탄생시켰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20년간 주요 국제분쟁과 내전을 특파원 및 종군기자로 활동하며 20년간 취재한 자신의 베테랑 경력들이 독자가 책을 통해 전쟁의 모습을 생생히 바라볼 수 있는 묘사를 가능하게 한다. 주인공 파울케스 전직 사진기자로 등장한다. 전장을 누비며 촬영한 사진으로 많은 상을 받으며 유명한 사진작가로 인정 받은 사진기자인 것이다. 그런 그가 어린시절 포기한 화가의 길을 다시금 걷게 된다. 사진기자의 삶에서 전쟁화를 그리는 화가가 된 이유가 무척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파울케스가 유고슬라비아 부코바르에서 찍어 표지에 까지 실린 어느 패전병이 세월이 흘러 자신의 사진을 촬영한 파울케스를 찾아오면서 이야기의 본론이 시작된다. 마르코비츠라는 이 인물은 파울케스를 찾아온 이유가 그를 죽이기 위해서이지만 그러기 전에 둘은 많은 대화를 나누며 과거를 회상하게 한다. 그렇게 파울케스가 바닷가 망루안, 전쟁화를 벽화를 그리고 있는 공간을 소설 속 주무대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면서 또 한명 죽은 여인으로 등장하는 올비도는 두 사람의 과거를 같은 시간대로 회상할 수 있도록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마르코비츠가 전쟁으로 인해 가족과 헤어졌고, 자신의 아내와 자녀가 유고슬라비아인에 의해 살해된 고통만큼이나 파울케스 역시 전쟁터에서 연인 올비도가 지뢰를 밟게 되면서 눈 앞에서 잃게 된다. 둘은 각기 다르기는 하지만 사랑하는 이들을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잃게 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파울케스가 사진기자를 그만둔 이유 한 편에는 분명 연인 올비도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파울케스를 죽이러 왔다던 마르코비츠는 두 사람간의 깊은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은 결코 살인자로서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둘은 어쩌면 어느 누구와도 같이 하지 못한 마음의 상처를 대화로서 같은 공감대를 가진 서로가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전쟁화를 그리는 화가]는 전쟁이라는 큰 테마를 단지 전쟁에 참여한 군인이 아닌 그 가족과 종군기자들의 영역까지 넓게 확대하여 비춰줌으로서 전쟁의 의미에 대해 한층 더 깊이 성찰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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