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엄마의 은행 통장
캐스린 포브즈 지음, 이혜영 옮김 / 반디출판사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제목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든든해졌다. 그러고보니 이 세상에서 ’엄마’와 ’은행통장’이란 단어 만큼 심리적으로 든든한 단어도 없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엄마의 은행통장]은 비단 ’엄마’만이 아닌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1남1녀로 자란 ’나’나 현재 1남1녀의 자녀를 둔 ’나’, 비단 ’나’ 뿐만이 아니라 현재의 대부분의 가정은 ’나’와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저출산’으로 심각하게 정부에서 조차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마련할 정도이니 ’1남 1녀’를 둔 나는 어쩌면 평균자녀수 이상으로 나라에 공헌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엄마의 은행통장]에서 바라본 카트린 가족은 엄마, 아빠, 그리고 5남매로 모두 일곱 식구이다. 형제가 많지 않았던 나에게 카트린 가족의 모습은 참으로 부럽고 화목하게 비춰진다. ’어려울 때 힘이 된다는 말’,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눈다’는 말이 무엇인지를 카트린 가족을 통해 나는 깨닫고 있었다.
카트린 엄마의 모습에는 나의 친정엄마의 강인한 모습도 함께 겹쳐져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수술 받은 자녀의 면회가 하루 동안 금지 되었지만 카트린 엄마는 필사적으로 면회에 성공하는 모습이라던가, 단지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라는 이유가 당장의 이사를 결정하며,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어머니로서의 강인함은 그 빛을 발한다. 이 모든 것을 ’모성애’라는 이름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러면서도 그녀는 결코 지지리궁상이 아닌 지혜로움, 유쾌함, 자상함, 파워에너지에 내면이 아름다운 그런 여성이자 엄마이다.
가족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카트린은 5남매요, 카트린 엄마 역시 네 명의 언니가 있다. 형제자매가 많다는 것은 분명 일상생활에서 좌충우돌할 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카트린 가족이나 카트린 이모들의 에피소드를 보더라도 형제가 많다는 사실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님을 알게 된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얼마나 강인한 힘을 발휘하는지 역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깨닫게 된다. 그 대표적인 예로 제니 이모와 엘나 이모가 몇 십년만에 화해를 하는 장면이다. 이들이 화해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이 아닌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의 진심어린 마음의 표현만으로도 가능한 것이었다. 몇 십년이라는 긴 세월도 가족이라는 이름 앞에 결코 맞설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눈으로 지켜보게 된다. 형제들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으로 가정 경제의 어려움에 맞서는 모습이라던가, 꼬이고 돌아갈 지언정 가족의 마음은 언제나 통하고 힘이 되어준다는 사실 역시 카트린 가족을 통해 하나 하나 알아가게 된다.
하나보다는 둘, 둘 보다는 셋, 셋 보다는 넷... 가족이 많음이 서로에게 큰 위안이 되고 기쁨이 됨을 [엄마의 은행통장]은 나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엄마라는 단어야말로 그 어떤 거대한 은행잔고보다도 ’나’를 가장 든든하게 지켜줄 수 있는 버팀목인 것이다. 때문에 ’엄마의 은행통장’이란 은유적 표현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바라 본 [엄마의 은행통장]은 자녀들에게 엄마가 은행통장이었듯, 엄마에게 역시 5자녀가 바로 든든한 은행통장이었음을.. 그렇게 가족의 위대함을 깨쳐 준 감동적인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