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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기 전에 부모님의 손을 잡아 드리세요
이상훈 지음, 박민석 사진 / 살림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어린시절 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슴 벅차고 아련한 기억 속의 옛 기억을 다시금 더듬으며 어느샌가 완전한 ’어린시절 나’ 가 되어있었습니다. 저는 도시에서 태어나고 지금껏 도시에서 살아가는 토박이지만 저에겐 '제2의 고향'이 있답니다. ’제2의 고향’은 바로 농촌의 외갓집입니다. 그러고보면 나는 참 어린시절 추억이 많은 아이였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 기억들이 책 속의 이야기 한 구절 한 구절과 투박한 시골풍경과 사진을 지긋이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뭉클함, 추억의 아련함을 느끼게했나 봅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저는 취학전 시절과 초등시절에 시골 외갓집에서 오랜동안 묵게 될 때가 많았습니다. 어머니와 헤어져 지낸다는 슬픔을 잊을 만큼 외갓집 생활은 너무나 행복한 생활이었습니다. 철이 든 후에야 내가 외갓집이 좋았던 이유가 바로 외할머니, 큰외숙모의 사랑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지금 과거의 모습을 떠올려봐도 시골 언니 오빠들을 비롯 방학이면 다른 외사촌들도 너도 나도 모이기에 그야말로 외갓집은 북적북적 화기애애하였습니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소중한 추억과 사랑을 나누던 공간이 바로 외가였네요. 책 속에 시골의 풍경이나 시골에 계신 부모님의 이야기를 접할 때면 저의 마음 역시 외할머니, 큰외숙모를 떠올리게 되어 가슴 아련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참으로 오랜만에 외할머니, 큰외숙모를 생각하며 목이 매이고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다음으로 아들8살, 딸 5살에 과부가 되어 홀로 가정을 지키며 평생을 살아오신 어머니의 사랑 또한 차마 글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하기 그지 없습니다. 시장통에서 채소를 팔며 악착같이 생활전선에 뛰어든 어머니의 모습이 사춘기 시절에는 참으로 부끄럽게 생각될 때가 많았습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 할 줄 모르시는 무뚝뚝한 어머니셨지만 그래도 하루 세끼 밥 굶겨본 적 없으셨고, 비록 좋은 옷, 좋은 집에서 자라지는 못했지만 결코 부족함은 없이 남매를 키우셨네요. 일찍 도매시장에 가서 물건 떼오시고 시장일은 밤10시가 넘어 끝나는 일을 어머니는 1년에 설날, 추석에만 쉬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는 어쩜 그렇게 아프시지도 않으셨나 싶지만, 그럴리가 있을까요? 아마도 아픈날들도 호사롭게 병원에 가는 대신 어쩔 수 없을 땐 약국약으로 대충 떼우며 아픔도 사치인양 그렇게 버텨내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그것 역시 지금에서야 너무도 죄송하고 죄송할 따름입니다.
[더 늦기전에 부모님의 손을 잡아드리세요]를 읽는 내내 왠지 모르게 자꾸만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어머니의 마음을 그 동안 헤아리지 못한 제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무뚝뚝한 어머니의 사랑 방식은 따뜻한 말 한마디 사랑을 표현하는 법은 없었지만, 아침 7시면 새벽도매시장 공중전화로 어김없이 전화를 하셨지요. 그렇게 아침잠 많은 저의 잠을 깨워주며 아침밥 챙겨먹고, 학교 지각하지 않도록 전화로 어머니의 역할을 대신하였습니다. 그것이 바로 어머니의 자식사랑하는 방식이었음을 이제야 깨닫게 됩니다. 이 글을 적는 이 순간도 자꾸만 어머니 생각에 눈물이 납니다. 이제는 반대로 제가 매일 매일 밥은 드셨는지 건강은 괜찮으신지 어머니를 챙겨드려야겠다는 작지만 소중한 진리를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