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차일드
김현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제목 ’러브’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행복감은 커녕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더욱 크게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 미래에 대한 위험의 경고와 같은 이야기가 최근에 많이 등장하는 것 같다. 늙지 않는 약이나 수명연장에 따른 많은 사회적인 문제들을 주제로 다루어 나는 잠시나마 미래를 여행하게 된다. 하지만, [러브 차일드]는 이제껏 읽었던 소설과 비교한다면 가장 잔인하고 두렵고 무서운 현실과 맞딱드리게 된다. 소설 속 ’인간 폐기물’이라는 단어는 어느샌가 잔인한 표현이 아니라 오히려 상황에 꼭 어울리는 단어로 받아들이며 나는 [러브 차일드] 속 슬픈 미래의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수’와 ’진’..  미래사회의 극과 극의 인물이다. 인간 쓰레기로 취급받는 세상에서 ’수’와 ’진’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들의 인생이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어떻게 흘러가며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지 극과 극의 모습으로 비춰진다. 그렇다고 해서 한 쪽은 해피엔딩, 한 쪽은 반대의 결말을 가져온다는 뜻이 아닌 미래에서 다뤄지는 인간 쓰레기의 각기 다른 삶을 다루고 있다. ’수’는 세월과 함께 자연스레 늙어서 신체나이 60세에 이르게 되며 그렇게 ’인간 폐기물’이란 명칭을 얻게 되며 살아가는 삶을, ’진’을 통해서는 어린아이 모습을 유지하며 더 이상 늙지 않는 외모로 살아가는 그의 인생과 주변의 모습들을 지켜보게 된다. 즉 늙어버린 육체를 가진 이와 늙을 수 조차 없는 육체를 가진 이의 삶을 ’수’와 ’진’이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는 경험하게 된다.

진은 아역 배우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낸 신약으로 늙지 않는 몸을 가지게 되고, 지도 그룹의 애완생물이자 디저트로 살아가게 된다. 수는 강제 노역장으로 끌려가 온갖 노동을 경험하고, 지도 그룹이 국가 인력을 만들어내기 위해 시행한 프로젝트에 강제로 참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새로이 태어나는 신생아의 부족현상으로 마치 아이 낳는 기계 마냥 강제로 격리되어 아이를 낳게 되는 수의 잔인한 장면이라던가, ’진’ 역시 어린아이의 모습을 지닌 채 지도 그룹의 가정에서 여주인의 성적인 대상으로 치부되는 장면, ’생애전환기 검사’, ’영춘보험’의 이야기는 정말이지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p.193 생애전환기 검사에서 60세 미만 판정을 받으면 의무적으로 국가가 주관하는 ’영춘 보험’에 들어야 했다. ...... 30대와 50대가 납입해야 할 보험료는 당연히 같지 않았다. 50대의 경우엔 50세와 59세 사이에도 보험료를 차등 적용했다. 한 살이 올라갈수록 보험료도 20프로씩 할증되었다. 같은 연령으로 재계약시 재계약이 이뤄질 때마다 또 10프로씩 추가로 할증되었다. 최초 생애전환기 검사가 아닌 경우엔 검사료도 자비로 부담해야 했다.  해당 날짜에 검사를 받지 않으면 자동으로 영원한 60세가 되었다.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태중에서 열 달을 채운 태아들이 배 밖의 세상으로 던져지듯 이 세상에서 60세가 된다는 것은 그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던져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익숙한 곳에서 살던 대로 살길 원한다면 합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강제로 끄집어내지는 것이다. 우리처럼.

[러브 차일드]에서 60세라는 의미는 더 이상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없음을 뜻한다. 60세이상의 나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60세란 의미는 ’영원한 60세’로 존재할 뿐이다. 이야기 흐름이 현재에서 점차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전개 설정이 눈에 띄는 작품이기도 하다. 막연하게 ’고령화 사회’에 대한 노후의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나에게 [러브 차일드]는 그야말로 충격을 안겨다 준 책이다. 제발 쓰레기와 같은 단어에 비유될 인간의 세계는 없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 지는 책이다. 이렇게 [러브 차일드]는 적어도 인간의 윤리만은 지켜져야 함을 자각하게 만든 소설이 아니었나 되뇌여보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