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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들 플라워
김선우 지음 / 예담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캔들 플라워]는 촛불 집회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는 책 소개를 접하면서 읽게 된 책입니다. 소설의 첫 부분을 접했을 땐 전혀 촛불 집회와는 상관없는 듯한 스토리 때문에 살짝 의아하기도 했어요. [캔들 플라워]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나에게 책소개를 읽기 전까지 캔들 플라워라는 단어와 촛불 집회를 연상하기는 사실 어려웠답니다. 책을 한참 읽던 중 '꽃이 피기 직전 체온이 올라가는 꽃의 현상'을 캔들 플라워라고 표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캔들 플라워라는 단어와 촛불 집회가 여러모로 공감대가 느껴지게 되는 책이었답니다.
촛불 집회를 언론을 통해 접하다 보면 많은 이들의 푯말을 접하게 됩니다. 이렇듯 [캔들 플라워]에서도 많은 독특하고 창의적이고, 때론 사회 풍자의 의미가 느껴져서 가슴 아련함이 느껴지는 많은 푯말의 문구를 접하게 됩니다. 특히, <미친소 싫다, 미친 교육 싫다>라는 푯말 문구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주인공 지오는 캐나다인이지만 외할아버지와 친아버지는 모두 한국인인 혼혈아랍니다. 열다섯살 소녀 지오는 혼자서 한국으로 한 달간 여행을 오게 되고, 자신의 이란성 쌍둥이 남동생과 친아버지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가끔 떠올리며 한국에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낮에는 주로 혼자 서울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저녁부턴 촛불 집회 광장에 늘 함께 하지요. 지오의 남동생과 친아버지의 존재를 알게 되는 장면들은 참으로 반전이었습니다. 처음엔 아무생각 없이 읽어내려갔던 소설이지만 책의 마무리 쯤에서는 구성이 참 탄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소설이었어요.
지오가 한국에서 함께 생활하는 연우와 희영 그리고, 수아, 태연, 민기 또한 개(사과)로 인해 연결되어지는 숙자씨 할머니와 고물상 시인 할아버지까지 모두 알게 모르게 연결고리가 이어집니다. 연우와 희영이 서로 만나게 된 사연도 흥미롭고, 연우의 친구 수아의 스토리와 민기의 스토리도 모두 흥미롭습니다.
무엇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게 이슈화 된 촛불 집회를 배경으로 학생들과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그려지는 촛불 집회 이야기들이 눈여겨 볼 만 합니다. 그리고 경찰의 강제 진압 장면의 묘사는 참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무고한 시민의 강제 연행 장면을 두고 '닭장차 투어', ' 무박 2일 여행'이라는 표현이 참 씁쓸해집니다.
지오는 '낮 동안의 익명의 거리에선 낯선 사람이 다가오면 두려운 마음이 먼저 들었지만, 촛불 집회 현장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은 두렵지 않았다. 그들은 따뜻하고 유쾌했다'고 표현합니다.
p.194 학교는 전쟁터고 학원마다 문정성시다. 자정 무렵이면 연우의 집 근처 대로변에도 어김없이 학원 봉고차들이 멈춰서고 있다. 그 닭장차에서 아이들이 졸린 눈을 한 채 강시처럼 쿵쿵 뛰어내렸다. -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일상 표현이 담긴 본문인데 읽으면서도 우리나라 교육현실에 참 갑갑함을 느끼게 됩니다.
p.158 '마음을 다하는 과정이 마음 없는 결과보다 언제나 더 소중하다'
p.344 '세상에 소유라는 것이 없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러면 탐욕이나 배고픔이 사라지겠죠. 모든 사람이 인류애로 하나가 되겠죠.'
무엇이 촛불 집회로 시민들을 화나게 만들었나,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면 답이 보인다는 말로 해석이 되는 이 글을 접하면서 얼른 국민을 위한 정치, 살기 좋은 나라가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