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엽감는 여자
박경화 지음 / 책나무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태엽 감는 여자]라는 특이한 책 제목 못지 않게 표지 또한 예사롭지 않다는 첫 느낌의 이 책은 내용 역시 박경화라는 작가의 개성이 느껴지는 그런 책이었다. 그래서인지 [태엽 감는 여자]는 제목과 표지와 내용의 삼합이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은 박경화 작가의 8편의 단편 소설을 묶어 출간한 소설집으로 작가 소개에서 느껴지는 예쁘고 평범한 미소의 박경화 작가의 이미지와는 무척이나 다른 분위기의 소설들이었다. 한 마디로 그녀의 이미지와 작가로서의 그녀와는 사뭇 다르며, 색다른 느낌이 든다. 

[ 태엽 감는 여자]에는 가을 몽정, 어항, 딤섬, 스무개의 담배, 지금 그대로의 당신들, 태엽 감는 여자, 현실은 비스킷, 어느 삭제되지 않은 비망록 등 8편의 단편 소설을 만날 수 있는데, 마치 예전의 TV 프로그램 드라마 시티를 연상케하는 느낌을 받는다. 8편 작품 모두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특히, 지금 그대로의 당신들과 태엽 감는 여자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지금 그대로의 당신들>은 미싱사 남편과 옆에서 묵묵히 내조하는 부인의 이야기를 딸의 시선으로 그려내는 작품인데, 같은 주부로 살아가는 나는 개인적으로 부인의 입장을 생각해 보며 읽었다. 명랑한 성격의 소유자이자 외모 또한 고운 여인이 변변찮은 옷수선 가게를 운영하는 남편을 묵묵히 내조하기에는 한계에 다다르지 않았을까? 부인은 묵묵히 주부의 자리로 살아온 자신의 인생에 회환을 느끼고 한 번쯤 새로운 변화를 느껴보고 싶은 충동이 어느 날 손님이 수선을 맡긴 원피스를 몰래 입다 남편의 순간적인 폭력에 사흘간 정신을 읽게 되고 이후 뇌의 충격으로 정상적인 삶을 찾지 못한다. 남편은 아내를 위한다는 이유로 오리의 피를 먹이려는 장면이 여러번 나오는데 생전 듯도 보도 못한 이 이야기는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소름돋게 만든다. 

<태엽 감는 여자>는 책 제목을 대표하고 있어 더욱 관심이 갔던 작품이다. 이 역시 8년 3개월이라는 평범한 결혼 생활을 자신이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고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한 후 주택의 옥탑방에서 살아가는 한 여인의 이야기이다. 결혼 후 파출부를 거느리며 살아갈 만큼 별다른 어려움 없어 보이는 여인은 딸 아이의 양육권조차 포기하면서까지 이혼을 하며 살아간다. 솔직히 그녀의 사고방식이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이다. 이 책의 특히나 결말의 반전이 무척 소름끼치는 내용이다. 마치 한 가정을 파탄한 죄를 에이즈라는 죄값으로 돌려받는 듯한 느낌이 든다. 태엽 감는 여자란 제목의 의미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었다. 마치 태엽을 감듯 자신의 인생 또한 과거로 돌리고픈 마음을 대변하는 느낌도 든다. 

[태엽 감는 여자]는 무척이나 신비롭고, 예상 밖의 작품들이 함께 한다. 그리고 이야기의 설정들이 평범과는 거리가 멀고,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설명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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