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사랑해도 괜찮아
김별아 지음, 오환 사진 / 좋은생각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김별아 작가의 에세이집 [죽도록 사랑해도 괜찮아] 속에는 그녀의 에세이와 시와 사진작가 오환님의 일반 서민들의 삶이 자연스레 묻어나는 흑백사진이 함께한다. 에세이를 읽다보면 그 사람의 생각과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에 나는 에세이를 좋아한다. 특히, 작품으로만 만나던 작가의 에세이는 인간적인 작가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기에 에세이를 읽고나면 그 사람이 한 층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어서 참 좋다. 

이번에 만난 [죽도록 사랑해도 괜찮아]의 김별아 작가는 나에게 생소한 작가이다. 수많은 작품을 발표하였지만 아쉽게도 아직 접해본 적이 없다. 그렇게 이번 [죽도록 사랑해도 괜찮아]는 이제와는 다른 반대의 경우로 김별아라는 작가의 생각을 먼저 엿보는 시간이 맞았다. 처음부터 작가에 대한 선입견이 전무한 상황이어서 그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일까 궁금해 하며 책을 읽었다. 기존의 에세이와의 다른 점이 있다면 에세이에서 많은 시를 감상할 수 있고, 또 그 시에 관해 풀어내는 저자의 글들이 눈에 띈다. 

[시간에게 지다, 즐거운 항복!] p.172-173

지금도 그 믿음이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첫 시집 만큼이나 두 번째 세 번째 열 번째 시집도 좋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이제야 푸른 이십 대만큼이나 붉고 누렇고 얼룩덜룩한 삼십 사십 육칠십 대가 찬란하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나 역시 젊기에 어리석었다. 냉정하고 가혹한 시간이 내 곁을 휭휭 쌕쌕 스쳐 흘러간다고만 생각하였다. 그래서 그걸 따라잡지 못할까 봐 겁이 났다. 어찌 보면 시간이라는 것은 또 다른 착각이거나 오만, 인간이 만들어 낸 하나의 관념일 뿐이라는 진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시산이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흐르는 것이다. 제멋대로 나고 자라나다 늙어 죽어 가면, 애꿎은 시간과 세월을 탓한다. 

어느 한 구절 가슴이 와닿지 않는 말들이 없다. 그저 경이로운 글솜씨에 감탄하고 감동하며 시간을 두고 적어내려간 저자만의 해석에 빠져들었다. 

[바로 지금 여기서 행복하기] p.202

내가 행복에 대해 갖고 있는 하나의 기준이 있다면, 그것은 일곱 살 때에 행복한 사람이 열일곱, 스물일곱에도 행복할 수 있으며 마흔 일곱, 예순일곱에도 끝까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느끼고 즐기지 않으면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꽃자리에서 금은보화를 휘감고 있어도 그는 결코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행복할 수 있는 것도 재주이고 능력이다. 과거에 얽매이거나 미래에 저당 잡히지 않고, 바로 지금 여기서 행복하기.

행복은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자신의 마음에 달려있다. 우리는 누구나가 어린시절에는 행복하지 않았을까? 흔히 어린아이의 눈동자와 미소를 보면 맑고 순수하고 행복함을 느끼지 않는가? 어린아이의 순수함으로 돌아가 세상을 바라본다면 당장이라도 행복해지지 않을까하고 생각해본다. 

책 속의 사진을 담당한 오환 사진작가는 원래 자동차 전문사진 작가이다. 최첨단 장비로 레이싱의 찰나를 찍어대던 그가 어느날 수동 카메라를 들고 정반대의 작업에 몰두한다. 그렇게 탄생한 사진이 이 책에서 만나는 흑백사진들이다. 이 사진들 속에는 미래 대신 과거가, 변화 대신 추억이, 경쟁 대신 더불어 삶이 느껴진다는 에필로그의 말처럼 나 또한 이 흑백사진들 속에서 나의 어린시절이 잠시 잠깐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감을 느낀다.  오랜만에 접하는 흑백사진이 정겹고 어디선가 본 듯한 낯익은 느낌의 풍경들이 시선을 고정시킨다. 특히, 외상사절이라는 문구와 깨진 유리위로 덕지덕지 붙여진 테이프의 흔적들은 지지리궁상이 아니라 왠지모를 익숙함과 어울림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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