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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 제1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임영태 지음 / 뿔(웅진)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지금 소설을 읽고 있는 것인지 에세이를 읽고 있는 것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흡입력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홉 번째 집 두 번째 대문]이라는 책 제목을 접하자마자 호기심이 번뜩 생기는 책이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주택가를 떠올리게 하였고, 책의 소개를 읽으니 더욱 마음이 끌리는 책이었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차례가 없다. 그냥 1,2,3,4... 순번으로 도대체 얼만큼의 숫자가 끝인지도 모르게 그냥 그냥 죽 읽어내려갔다. 처음 보단 점점 책장을 넘길 수록 더욱 재미있어지고 이야기의 앞에 언급한 내용들은 뒤로 가다보면 친절하게도 자세한 설명으로 내용의 이해에 막힘없도록 잘 설명하고 있기에 나는 그냥 눈으로만 죽 읽어내려가면 되었다. 그래서 더욱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듯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주인공의 대필작가로서의 이야기, 그리고 부인에 관한 이야기, 태인이라는 강아지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주인공만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독특함이 묻어있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한 편의 에세이를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나는 주인공의 이야기에 같이 동화되어 묵묵히 함께 하고 있었다.
처음엔 대필작가로서의 인생을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점과 유명하신 분들의 심사평을 읽으면서 슬프고, 무기력한 분위기의 소설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그런데 책 속의 분위기는 이웃의 어울림도 있었고, 동물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고, 일상의 사소함을 새롭게 느끼는 부분도 있었고, 거리의 풍경이 마치 머리속에서 입체화면으로 그려질 만큼 뚜렷함도 있었다. 특히, 홍대입구 2번출구를 나와 사무실까지에 대한 길 안내는 실제 존재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문득 당장 인터넷 지도에서 홍대입구2번출구를 검색해서 작가가 말한대로 한 번 찾아볼까?하는 어이없는 생각도 해본다.
아내가 무슨 병명으로 이 세상과 이별했는지, 아홉 번째 집 두 번째 대문이란 문패의 의미는 무엇인지 아직 궁금증이 남아있다. 그동안 주인공이 너무나 친절하게도 전후사정을 잘 설명하였기에 수동적인 자세로 책을 읽어내려가다 보니 이 두 가지에 대한 의문은 그야말로 숙제로 남겨져 버린 느낌이다.
심사평을 읽다 보면 상처투성이 삶에 말없이 다가와 상처를 보듬어주는 따뜻한 울림이라던가 서술에 있어서 밀도와 입체성을 충분히 갖춘 이 작품은 무엇보다도 요즘 보기 드물게 따뜻한 휴머니즘을 진부함에서 구해 내는 데 성공한 점이 돋보였다 등의 세련된 문장으로 표현할 정도의 나는 못된다. 그저 대필작가를 직업으로 살아가는 한 40대 남성에 대한 인생이야기를 엿보았다는 느낌으로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