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치는 여자 - 푸른 파도 위에서 부르는 사랑 노래
김상옥 지음 / 창해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하얀 기억 속의 너]이란 소설로 유명한 김상옥 작가의 새로운 작품 [북 치는 여자]의 출간을 듣자 마자 얼른 읽고 싶어졌다. 솔직히 제목은 왠지 별로라 느껴졌다. 한 여인에 관한 파란만장하고 슬픈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니 이왕이면 좀 더 가슴 짠하거나 누에 띄는 제목이었으면 더 좋았을 걸 싶었다. 이건 순전히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주인공 은서를 만나면서 이 책에서 북 치는 여자란 의미가 얼마나 큰 것인지 그 깊이에 대해 알게 되었다.

김상옥 작가의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라는 점에서 왠지 자꾸 외면하지 못하고 끌리게 된다. [하얀 기억 속의 너]가 김상옥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면 이번 [북 치는 여자]는 진도에서 토박이로 살아가는 유은서라는 40대 초반 여성이 그 주인공이다. 그녀의 집안에 얽힌 파란만장하고도 슬픈 이야기가 이 책의 주 내용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씌여진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고서 읽기 시작했음에도 간간히 허구라면 모를까 실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유은서는 한이 많고, 외로운 여성이었다. 그녀는 하윤을 만나기 전까지 누구에게도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은 적이 없이 오직 북춤을 통해 한 맺힌 응어리를 풀어낸다. 아마도 그런 의미에서 붙여진 제목이 [북 치는 여자]이지 싶다.  사실 책 속에는 그녀가 북 치는 여자이지만 그렇다고 북 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은서는 여고시절 국악 동아리에서 북춤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전국 국악 경연 대회에 참가하여 우수상과 대상을 수차례 수상하게 된다. 그리고 이어서 아버지가 원하는 의대, 법대가 아닌 국악을 전공하기에 이르고 국악단에도 발탁이 되는 국악계의 인재이다. 또한, 집안은 대대로 진도에서 내려오는 부자이며, 아버지 유병국은 진도에서는 부자이면서도 인심도 후한 유명인사나 다름이 없다. 해운회사도 운영하는 유병국은 배를 무척 좋아하는데 은서가 외국으로 공연을 간 사이 배가 실종되면서 은서의 집안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다. 

은서의 어머니는 아버지 실종에 관한 일로 은서와 통화중 쓰러져 의식불명에 이르다 죽음에 이른다, 아버지 유병국 또한 의식불명으로 발견되고 기사회생으로 깨어나지만 퇴원을 앞두고 갑작스런 죽음을 맞게 된다. 하지만, 그 이면에 또 다른 더욱 한맺힌 원한도 존재한다. 

한 번도 자신의 이야기를 차마 할 수 없었던 은서는 하윤을 만나면서 모든 걸 이야기하게 되고 그렇게 숨기려 했던 둘의 사랑의 감정이 싹틔워진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그들의 사랑은 불과 며칠의 미완성으로 끝나버린다. 은서와 하윤은 서로 사랑하면서도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는 표현이라면 맞을지 모르겠다. 

한 순간에 너무도 많은 걸 잃은 은서의 상처와 20년간 찾아 해맨 하윤의 전부였던 사랑에 대한 상처는 아직 새로운 사랑을 채우기엔 힘들기만 한다. 그래서 새롭게 사랑을 시작하지 못하는 이들을 지켜보기가 안타깝다. 흔히 시간이 지나면 해결해 준다고 이야기 하지만 은서와 하윤에게는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그렇게 서로의 상처는 그자리에 맴돌뿐이다. 사랑의 상처는 새로운 사랑으로 극복하리라 여겼던 나로서는 이들의 미완성 사랑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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