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위에 선명한 단어로 새겨져 있는 [서른이라는 단어에 발길을 멈춰선 당신에게]라는 문구는 서른즈음을 전후로 한 젊은이들이라면 한번쯤은 생각해 봤음 직한 글귀라 생각된다. 나 또한 나이 30이라는 경계선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나 자신을 위로하며 남산을 내려오는 길에 내 인생길도 잠깐 쉬어가는 것은 어떨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동안 앞만 보며 열심히 달려왔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치자면 딱 10년 만에 갖게 될 나만을 위한 시간 1년. 사실 일을 쉰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황스럽고 덜컥 겁이 났다. 하지만 상상 속의 나는 이미 어디론가 떠나고 있었다. p.8 프롤로그 중에서 사실 우리나라에서 사회 생활을 하려면 여유생활 쯤은 반납하기 일쑤이다. 거의 회사에 몸바쳐 일하지 나만의 시간을 갖기는 현실상 힘든 점이 많기에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도 유독 사회생활을 오래도록 하다보면 어느 순간 회의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된다. 서성원 아나운서 역시 10년간 아나운서로 입사하여 열정을 다해 앞만 보고 달려온 20대가 무색하게 30대에 접어들어서는 많은 회의를 느낀 것 또한 그런 의미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나 역시 뭔가 자신을 위해서 열정적으로 살아온 것 같지만 막상 뒤돌아보면 사회인으로의 나의 삶은 있어도 그동안 나만을 위한 휴가는 손꼽을 정도였다. 물론 결혼을 하더라도 나만의 시간을 찾는다는 것은 언제나 숙제인 듯 하다. 이 책은 서른즈음을 가까이 둔 사람들이라면 공감대 속에서 많은 메세지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서성원 아나운서는 10년 사회생활의 보상으로 1년간의 휴식과 함께 뉴욕으로 연수를 떠난다. 그 시작은 서툴지만 곧 휴식 보다는 재충전하는 그녀를 만나게 된다. 그러고 보니 어느 정도 회사에 충성한 기간이 되면 누구나가 당당하게 안식년이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면 무척이나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선물받은 카메라도 자유를 즐기게 된 서성원 아나운서는 그렇게 자유를 느끼고 찾게 된다. <속삭임>은 서성원 아나운서가 직접 찍은 뉴욕을 고스란히 담은 사진들이 함께하는 너무나도 예쁜 책이다. 어쩐지 화려한 뉴욕보다 일상적인 뉴욕의 사진들이 더 정겹게 느껴진다. 쿨(COOL)한 사람보다는 이제는 가슴이 따뜻한 핫(HOT)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녀. 어느새 ’골드미스’가 되어버린 그녀역시 결혼의 대차대조표를 그려보며 이익과 손해를 따져보는 충분히 평범한 30대 여성이다. 그녀의 뉴욕생활을 들여다보니 우리가 꿈꾸어 온 것 만큼 그다지 낭만적일 것 도 없다. 오히려 고독과 외로움이 더 강하게 느껴질 때도 많았다. 그녀도 그렇게 느꼈는지 확 와닿게 표현한다. P.192 바쁠 때는 바쁜 대로 힘들었고, 시간 여유가 있을 때는 심심해서 권태로웠다. 너무 바쁠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낼 수 있는 단 하루가 간절했고, 아무 일 없는 나날이 이어질 때는 펄떡펄떡 싱싱하게 살아 있는 심장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깊이 몰두할 일이 필요했다. 우리는 늘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어 한다. 다들 그렇게 가지 않을 길을 동경한다. 참으로 공감가고 또 공감가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그녀는 분명 자신을 되돌아 볼 시간을 선택한 용기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진정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홀로 떠난 그녀여선지 책 속의 사진은 온통 풍경 내지 지나가던 행인들이 그 주인공이다. 그런 사진 한장 한장들이 어느새 참으로 익숙해졌다. 나도 이제는 여행지에서 나를 찍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찬찬히 풍경을 담고 자연 그대로를 느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애초에 완벽함은 없으리라! 다만, 결심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용기는 분명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익숙함을 선뜻 저버리지 못하는 고약한 버릇을 가지고 있다. <속삭임>은 변화와 새로움을 즐기며 살아가기를 원하는 진정한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시간이 더 흐르고 나면 혼란스러워 했던 서른즈음은 아무것도 아닌 걱정거리로 지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현재는 현재대로 열심히, 그리고 미래는 꿈꾸는대로 열심히 살아간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