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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닥터 - 제1회 자음과모음 문학상 수상작
안보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오즈의 닥터>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바가 없었다. 그저 제1회 자음과모음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사실과 우리나라 현대소설이며 20대의 파릇파릇한 여작가 안보윤의 장편소설이라는 사실만으로 읽게 된 책이다. 이렇다 저렇다 아무생각 없이 읽어내려간 <오즈의 닥터>는 읽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혼란속으로 빠뜨렸다. 도대체 어느것이 진실인지 허구인지 헷갈림의 연속에다 어느때는 완전 반전을 거듭하기도 해서 점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듬과 동시에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즈의 닥터>에 등장하는 인물은 크게 3명이다 . 닥터팽, 고2여학생 수연, 김종수란 인물이 번갈아가며 그들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심에 있는 인물은 33세 김종수라는 인물이다. 처음엔 너무도 멀쩡해 보이던 그는 갈수록 과간의 인물로 반전하여 다가온다. 세계사 선생님으로 처음에 소개된 김종수라는 인물을 파헤쳐보면 환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의 약물중독자인지 정신병자인지 혼란스러운 인물이다. 이야기 내내 들려주던 자신의 가족이야기는 모조리 허구이며, 한마디로 말하자면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살짝 맛이 간 놈 즈음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수연의 커닝사건을 그대로 믿었던 나는 소설의 말미에 이르러서야 수연의 말의 사실성에 무게를 싣게 되었다. 또한, 가장 묘한 인물로 묘사되는 변태팽 같은 인물인 닥터팽의 존재가 무척이나 궁금했는데 이 또한 소설을 끝까지 지켜봐서야 정체를 가늠할 수 있었던 소설이다.
<오즈의 닥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가 계속해서 뒤틀어지고, 재배열되고, 반전을 거듭하는 독특한 소설임에는 분명했다. 그래서 문학상 수상의 영광을 안을 수 있었지 싶다. 가장 황당한 건 초반부에 제시된 김종수의 부모님에 관한 이야기가 모조리 허구라는 사실이다. 그 내용들을 고스란히 믿으며 책을 읽어내려간 나는 후반부의 반전에 그대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책을 읽는 내내 흥미로웠던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책의 매력이라면 단연 독특한 구성이리라! 또한, 어두운 유년시절을 지혜롭게 극복하지 못하고 자신의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끝내 망가져 가는 한 인물의 이야기로도 지켜볼 수 있었던 책이다. 정확한 결론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마지막 까지도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어디까지가 환각인지 똑부러지게 설명하지 않아 나 자신이 판단해야 하는 골머리를 살짝 앓았다. 개인적으로 내가 썩 좋아하는 장르의 소설은 아니었지만, 새로운 작가를 만나고 신선한 작품을 만난데에 대한 기쁨은 충분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