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의 피아니시모
리사 제노바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주인공 앨리스를 지켜보는 것이 생각보다 슬프지 않았다.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에서는 아주 담담하게 조발성 알츠하이머와 싸우는 과정들을 그려내고 있었다. 너무도 쉽게 조발성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게 되고, 또 그것을 인정해 나가는 주인공 앨리스의 모습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는 결코 간단한 문제의 병이 아님을 알기에 나는 그녀를 지켜보는 것이 슬펐다. 

적어도 앨리스가 처음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몇 개월 간은 슬프지 않게 지켜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진행을 더디게 하는 약을 포함하여 하루에 일곱 종류의 약을 먹는 그녀에게 조발성 알츠하이머는 너무도 빨리 그녀의 뇌를 망가뜨리고 있었다. 그것을 지켜보는 나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슬픔으로 하지만, 담담하게 지켜보았다. 

나이 채 50이 되기 전에 찾아 온 조발성 알츠하이머.... 나라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대부분이 실제 알츠하이머란 병의 사실에 입각한 내용들이라니 더욱 가슴아팠다. 앨리스의 아버지는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적은 없었지만, 앨리스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에선 알츠하이머의 증세가 여럿 있었으며, 앨리스의 검사 결과에서도 양성반응이 나왔다. 여기서 양성반응의 의미는 유전적 알츠하이머라는 뜻이 된다. 자녀에게 유전성이 50%나 된다는 사실도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알츠하이머라는 병을 가진 한 여성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의 기억이 점점 잊혀져가는 모습을 함께 했다.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는 앨리스 자신의 1인칭 묘사로 이야기한다. 그래서인지 책 속으로 더욱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조발성알츠하이머로 진단받고 채 1년이 가기도 전에 그녀는 너무나도 변해 있었다. 무서울 정도로... 정말 놀랐다. 약의 효과는 전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자신의 병을 깨끗하게 인정하고, 또 솔직하게 모든 이들에게 고백한다.  자신은 지금 알츠하이머에 걸렸다고.. 그녀의 자녀들은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더욱 끈끈하게 이어간다. 

소설을 읽고 난 후뒷면 <작가의 인터뷰>가 아주 인상적이었던 책이다. 거기엔 작가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를 비롯해 소설을 쓰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  또한, 이 책은 실제 알츠하이머 협회에서도 승인을 해 주었을 만큼 알츠하이머란 병의 사실에 입각해 완성된 소설임도 알 수 있다. 

나는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를 접하면서 알츠하이머란 병을 두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예전에 TV에서 조발성 알츠하이머에 걸려 생활하고 있는 30대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본 적이 있었다. 사실 이 책을 통해 유전적 사실을 발견하게 되어 두려움도 있다. 나의 친할머니도 치매였었고, 남편의 외할머니도 말년에는 기존의 병과 함께 치매로 생을 마감하셨다. 연세로 보면 조발성 알츠하이머라고 판단하기는 힘들지만, 어쨌든 가족 중 누군가에게서 그런 병력이 있다는 건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이 책을 통해 어떻게 병마와 싸워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가족 중에 환자가 있다면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옳을지 등이 내가 가장 궁금해하며 읽은 부분이다. 사실 담담하게 인정해 나가는 주인공과 변함없는 가족간의 사랑에서 그 해답은 어느 정도 찾았다 할 수 있겠다. 오랜만에 진지하면서도 또 가족 모두가 건강함에 감사해 하는 시간이 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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