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가는 택시
김창환 지음 / 자연과인문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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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40대 한 남자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책을 만났다. 내가 보기엔 능력으로는 잘 난것도 없다 싶을 수 있지만, 마음만큼은 최고인 남자다. 넉넉치 않은 형편에도 부모님 모시며 아내와 딸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그래 보였다. 책을 읽으면서 산 깊은 시골에 살면서도 대학이며, 대학원까지 다닌 지은이가 특별해 보였다. 그 배경엔 어려운 형편에도 꼭 공부 시키고자 하는 부모님의 열정이 묻어있었다. 잘난 아들로 키워 지금은 비록 택시기사로 생활하지만, 마음만큼은 어느 아들보다도 효자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책 속에서 아내에 대한 고마움이 물씬 묻어나는 주인공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실 낭만적이거나 아름답지는 않지만 툭 툭 내던지는 말 들이 능력없는 자신을 버리지 않아서 고맙다는 식으로 고마움을 표현한다. 가장의 능력이 뭔지, 인생이 뭔지;... 그냥 보기엔 소박하고 정직하고 걱정없이 살아가는 그들이 부럽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그 대단한 학력을 꽃피우지 못하고 포기하고 살아가는 것 같아 내심 안타까울 때도 많았다. 

대관령에서 제멋에 취해 폼나게 살다가 잘나가던 대기업 연구원 자리를 때려치우고 감자농사, 돼지똥거름장사, 밥장사 하면서 전국을 유랑하던 역마살 낀 강원도 촌놈., 그 마저도 다 말아먹은 뒤 쪽박 차고 통영바다까지 흘러들어와 택시기사가 된 ’낭만택시’ 김창환이 부를는 희망노래! - 이 책 표지의 소개글이다.  객관적으로 보기에 화려한 경력에서 점차 초라한 경력으로 이어지는 그의 인생. 하지만, 그에게는 직업에는 귀천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대개의 사람들은 그러지 못한다.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을 쉽게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을 낮추는 일 따윈 엄청 존심 상하면서도 창피해한다. 그래서 내게 보여지는 그는 특별해 보였다. 인생이  어디 마음먹은 대로 술술 풀리는 사람이 몇 이나 되겠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출세할 팔자는 아니다’라는 말이 자꾸 머릿속에 맴돈다. 정말 인생은 팔자대로 가는 법인가 싶어 나도 모르게 한숨 지으면서 말이다. 

택시기사인 그의 인생과 함께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커피가 아닌가 싶다. 책 속에 커피마시는 주인공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다. 자판기 커피와 ’테이스터스 초이스’는 주인공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커피 취향이지 싶다. 책 속에 택시 탄 손님께 웃던 6,000원 더 받아 2만원을 택시비로 받은 주인공이 슈퍼에서 5,500원짜리 커피를 사다가 손님집에 다시 들러 전해주는 이야기가 있는데, 내심 '이 커피도 아마 ’테이스터스 초이스’일꺼야!' 라는 생각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특별한 삶이 아니지만, 그저 평범하기에 그리고 힘들게 살아가는 일반서민들의 모습과 애환이 녹아있는 이야기들이라서 잔잔한 감동을 느꼈다. 주인공의 삶도 그러하거니와 손님으로 등장한 여러 사람들의 짧은 이야기들도 그렇게 느껴졌다. <바다로 가는 택시>를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영업택시기사들의 삶도 비슷하리라 느꼈다. 그러면서 주인공의 택시기사 경력이 어느덧 7년이란 세월로 자리잡고 있으니 앞으로 ’개인택시’ 면허 받고 더 이상의 굴곡없이 평탄한 인생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도 든다. 

요즘 같이 어려운 경제를 힘들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생활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한 책을 만났다. 대단한 감동이나 반전이 있는 건 아니지만 주변의 이웃의 이야기를 함께하는 듯한 시간이었기에 열심히 써내려간 주인공의 이야기를 나는 쉽게 쉽게 함께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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