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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시 - 시인 최영미, 세계의 명시를 말하다
최영미 / 해냄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시인 최영미를 탄생시킨 모티브가 된 세계 명시 55편을 <내가 사랑하는 시>라는 제목으로 출간하였다. 나에게 시라면 그저 학창시절 유행하였던 시들이나 교과서에서 접한 시 외에는 특별히 관심가져 본 적이 없어서 성인이 되어서도 시라는 장르를 따로 접할 기회가 드물었던 것 같다. 책을 좋아하지만 그 중 제일 편식하는 장르가 있다면 그 역시 ’시’이지 싶다.
그런 내가 <내가 사랑하는 시>를 읽으려고 마음 먹었다. 내가 시집에 도전장 내밀듯 먼저 손을 뻗게 된 이유가 있다면 첫째는 세계 명시 55편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이고, 둘째는 최영미 시인이 풀어내는 명시에 대한 해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최영미 시인의 해설이 없었다면 나 같이 시를 감상할 줄 모르는 독자는 지루함에 일찍 시집을 덮었으리라!! 해설과 함께 하여도 때론 머릿속에 정리되지 않을 때도 있었는데, 해설이 없었다면 내가 얼마나 오래 버티며 시와 시름을 하였을까? 싶다.
시집을 한 번 읽은 후에도 나는 생각날 때마다 뒤적 또 뒤적이며, 명시를 다시 한 번 감상하고 이어 해설 읽기를 여러번 반복하다보니 어느순간 책 속의 시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시처럼 익숙하게 느껴졌다. 그 시들은 아주 오래전의 시도 있고, 아주 긴 시도 있고, 이런 것도 시가 맞나 싶을 정도로 짧은 시들도 있다. 때론, 책 속의 명언 한 줄 찾는 듯한 느낌의 시도 있다.
사실, 시를 감상했다기 보다는 시인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나에게 최영미 시인이 들려주는 시의 배경이야기가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 낯설던 시인의 이름들도 함께 하다보니 어느새 친근해짐을 느낀다.
그래도 명색이 명시 55편이 있다는데 내가 아는 시는 몇 편은 있을 것이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장 끝까지 넘기는 순간까지도 내가 알고 있는 시는 아쉽게도 만나지 못했다. 그나마 학창시절 교과서에 등장하는 김소월, 정약용, 한용운 시인의 이름에 반가움을 대신하였다. 물론, 최영미 시인이 소개한 시는 교과서에 등장하는 시가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다른 시를 감상할 수 있음에 더 반가웠던 것 같다.
최영미 시인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시와 함께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직접 시를 옮겨적은 시들을 학교가는 만원버스안에서 가방은 옆구리에 낀 채 흔들리는 몸을 뒤로 한 채 열심히 시의 한 구절 한 구절을 읊조리는 여고생의 모습이 머릿속에 예쁜 장면으로 그려진다. 시를 사랑하는 그녀이기에 이름 앞 시인이란 명사가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는 문명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예술 형식이며, 인생의 가장 짧고도 절묘한 표현이다. 여러 삶을 살 수는 없지만 여러 시를 읽을 수는 있다’ - 본문 중에서
’내가 공들여 차린 언어의 성찬이 독자를 자극하여 인생을 보다 깊고 풍부하게 향유하기를, 시를 쓰지는 않더라도 시를 알아보는 맑은 눈들이 늘어나기를 바란다.’ - 책을 엮으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