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 -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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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닉네임인 고양이 뮤즈는 하루키가 기르는 고양이의 이름이다. 하루키는 뮤즈라는 이름따위 쓰고싶지 않다고 했지만 하루키의 부인이 우겨서 지은 이름.ㅎ 

  이 뮤즈라는 아이는 고양이다운 성격으로 하루키가 있든 부인이 있든 자기가 집 주인인 양 도도하게 사는데 하루키가 놀란 것은 그 다음 이야기. 당시 하루키는 째즈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새벽 2~3시에 장사가 끝나고 집에 들어 왔다고 한다. 그 날은 뮤즈의 분만 일. 보통 동물이라 하면 분만을 할 때에 아무도 모르는 으슥한 곳에서 몰래 새끼를 낳는데 뮤즈는 하루키에게 다가가 돌연 앞 발을 하루키 무릎에 대더란다. 놀란 하루키는 잠시 어쩔 줄 모르다가 뮤즈의 발을 잡아 줬는데 그렇게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분만이 끝날 때 까지 계속 함께 했다는 이야기.  

  하루키는 마음 속으로는 '내일 가게는 어쩌나-_-'하며 한숨을 내 쉬었지만 어쩌겠는가; 뮤즈는 분만 때 마다 아내에게는 가지 않고 하루키에게만 오는 것을;;; 결국 매 분만 때 마다 하루키와 같이 새끼를 낳아 때때로 자신이 아버지인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고... 그렇게 둘이서 함께 분만의 고통을 이겨냈음에도 불구, 새끼를 낳은 뒤 뮤즈는 다시 도도하게 하루키 따위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고 한다. -_-  

  내가 뮤즈라는 이름을 쓰게 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세상에, 세계를 뻗어나가는 무라카미 하루키씨를 대놓고 무시할 수 있는 존재가 있었다니!!ㅎ 이런 맹랑+철부지 아가씨가 다 있나.ㅋ 묘하게 마음에 들었다.ㅎㅎㅎㅎㅎ 게다가 하루키씨가 워낙에 조용하고 인내심 많은 분이라 왠지 주변에 이런 떼쟁이+쉬크한 캐릭터가 하나 있어도 좋을 법 한?ㅎㅎㅎㅎㅎㅎㅎㅎㅎ 둘이 너무 잘 어울린다.

  솔직히 나는 하루키씨의 소설 보다 에세이집이 더 좋다. 소설도 열심히 읽고 있지만 하루키씨 에세이집은 시중에 나와 있는 것은 모두 읽었다. 소설은 심오하지만 에세이는 정말 유머로 가득하다.   

  예를 들면 <세일러복을 입은 소녀와 연필>같은 것?ㅎ 편집자 oo씨와 술을 마시던 중 술에 얼큰하게 취한 oo 씨가 "저는 연필을 보면 세일러복을 입은 여고생이 생각나요"라는 말에 그 다음부터 연필을 잡을 때 마다 "어머, 아저씨! 어딜 만져요!!"라는 환청이 들렸다고;; 게다가 볼펜을 보면 검은 후크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생갔났다나 어쨌다나.ㅋㅋㅋㅋ 

그래, 나는 유쾌한 아저씨가 좋다;ㅁ; 대놓고 떠들지는 않지만 "저기요," 하면서 몰래 다가와 쑥스러운 듯 재밌는 이야기를 해 주는 아저씨, 하루키씨는 귀엽다.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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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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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늘 신작이 나오면 읽고 있기는 하다. 혹, '반짝반짝 빛나는' 같은 소설이 또 나올까봐.

소설보다 에세이가 작가를 더 자세히 알 수 있으니, 이 것을 읽으면 내가 마냥 건조하다 건조하다를 외쳐대는 에쿠니 가오리도 조금 좋아지지 않을까 해서 본 작품. 

에쿠니 가오리씨;; 여전히 책받침을 가지고 다닌단다;; 원고지에 연필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신단다... 

아아, 그래서 그런 문체가 나오는 것이군...ㅎ 

에쿠니 가오리씨의 글을 보면 왠지 모를 슬픔이 느껴진다고 우리 언니는 말한다. 음, 슬픔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내게 그 슬픔이라는 것은 노력하지 않는 자의 슬픔이다. 가지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가지면 되잖아! 

솔직히 나는 이것도 그냥 그랬다;;; 

기억에 남는 에세이라고 하면 자기는 스니커즈가 싫다나;;; 중간은 다 거두절미 하고 마지막에 다 빨고 짤수가 없어서 싫다고;; 귀여운 아줌마라는 생각은 하지만, 너무 마음속으로 모든것을 죽이고 사는 사람이 아닐까? 상처는 많지만 말 할 수 없는 고통이 있는 건 아닐까? 이 작가의 작품을 보면 늘 그런 느낌만 든다. 공통적으로 흐르는 정서가 있달까. 

그런 면에서 츠지 히토나리씨와는 죽이 잘 맞는 것 같지만... 음.... 

앞으로 신작이 나온다면 꾸준히 읽어 볼 마음은 있지만 그것이 꼭 애정에서 새어나온 독서는 아님! 

(이렇게 사람들이 대단하다 하는 작가를 싫다 하면 내가 무식해 보이는 것 같아서 싫었지만 요즘은 그닥;; 취향 차이인데..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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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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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너 때문이다! 

바로 에쿠니 가오리의 반짝반짝 빛나는, 이 책 때문이다.   

말해두지만 난 에쿠니 가오리는 좀 별로;; 언니는 에쿠니 가오리 소설을 보면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지만 나는 영, 너무 건조해서 싫더라;;;;

자! 본론!  

무릇 게이(성적 소수자란 말은 피하고 싶다. 왜 순화해서 불러야 하는가! 이 단어가 왜 부끄러워! 좀 더 당당해 지라고!!)라 함은 일본 만화책에서나 보는 소위 BL물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지만, 이 책을 보면 게이에 대한 이미지는 확 바뀐다. 

게이인 남편, 그리고 알콜 중독자이자 가벼운 정신적 불안을 겪는 부인, 그리고 남편의 애인인 곤의 이야기. 

남편과 주인공은 맞선자리에서 만났다. 그리고 남편은 자신이 게이임을 밝히지만 여차저차하여 둘은 결혼한다. 

여자의 어머니는 매일같이 전화해서 아이를 가지라고 잔소리를 하고, 시아버지는 집으로 찾아와 남편과 결혼 한 것은 "물은 안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게이와 결혼한 사실 만으로도 엄청난 현실속을 둘은 고요하게 살아간다. 그리고 때때로 찾아오는 곤. 

이 책을 읽으며 느낀것은, 

남자와 남자 사이에도 이토록 고요한 사랑이 피어나올 수 있느냐는 것, 

이다.   

곤이 남편에게 어떻게 사랑을 고백했는지 물어본다. 

곤은 몸에 로프를 묶고 화구를 챙겨 남편의 방으로 들어와 말 없이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완성된 그림을 남편의 방에 두고 갔다. 어둠 속에서 별이 빛나는 그림. 이 그림이 바로 곤의 고백이었던 것이다. 자신이 동성애자란 사실, 그 어둡고 기막힌 현실 속에 서로에게 작은 빛이 되어주는 두 사람. 어쩜 이리도 잔잔할 수 있는가.

그리고 가슴이 아리도록 불안정하고 연약한 여자. 그래서 가벼운 알콜 중독에 걸리고 집에서 키우는 작은 소나무에 물 대신 토마토 주스를 준다. 그리고 간간이 있는 작은 흐느낌. 그것이 이 엄청난 고독 속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작은 반항이었다. 

 

 최근 개인의 취향이라는 책과 드라마가 난리다. 

꽃남에서 이른바 '날린' 이민호가 나와서 시끌시끌 했던 것도 있지만,  이 드라마가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은 이민호가 바로 게이로 나온다는 것이 아닐까. 

게이는 언제부터 사람들에게 제외 대상이 아닌 흥미로운 주제가 되었는가. 

아마 미드, 예를 들면 섹스앤더 시티라던가 하는 드라마, 영화에서 수 많은 게이들이 매력을 풀풀 풍기며 자신들의 비밀스런 영역을 살짝살짝 보여주자 사람들도 점점 호기심을 가지게 된 모양. 사실 일본 BL물은 일반 대중의 눈에서 보면 거부의대상이지만 이런식으로 매력을 발사한다면 못 받아들일 것도 없다는 사실을 반증한 것이다.  

어쟀든, 이 드라마에서 이민호는 결국 게이는 아니지만, 게이라는 이미지 자체가 어느틈에 우리에게 이렇게 선뜻 다가올 수 있었는가는 확실히 생각해 볼 문제다. 

개인적으로 나는 저 "반짝반짝 빛나는"이라는 책 때문에 완전히 거부감을 버릴 수 있었다. 뭐, 조금 더 분명히 말하자면 게이에 대한 나름의 환상? 이성애 보다 조금 더 플라토닉이 숨어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얼마나 사랑했으면!! 하는 느낌?ㅎ) 어쨌든 개인의 취향을 읽어봤다면 반짝반짝 빛나는 역시 읽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야기가 옆으로 샜다;; 결론은? "나는 반짝반짝 빛나는" 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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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손안의책 50% 할인을 이용해서 다 샀다! 이걸 드디어 쌓아두고 보는 날이 올 줄이야!ㅎㅎㅎ  

약 4년전에 봤나, 했던건데 요즘 짬짬이 다시 보고 있다.  다시 보니 귀엽기도 하고. 

음양사는 헤이안 시대에 실존했던 전설적인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921-1005)를 주인공으로 하여 만든 요괴 소설이다.  

당시 헤이안 시대는 귀족 문화의 최 정점을 찍고 있었기 때문에 음양사라는 것은 그런 귀족들의 길흉화복을 점치고 귀족의 보다 풍요로운 생활을 위해 더욱 더 필요한 존재로서 칭송받았다. 그 음양사들의 정점에 서 있는 것이 사로 아베노 세이메이다.

소설에서 음양사인 세이메이와 그의 친구 히로마사는 홈즈와 옷슨 콤비를 떠올리게 한다. 홈즈는 바이올린을 키지만 세이메이는 비파를 켠다.ㅎ 홈즈는 코카인 중독이었지만 세이메이는 그런것 따위 하지 않는다고!ㅎㅎㅎ 

어쨌든, 이 소설을 보다 보면 그 당시 헤이안 시대의 풍류를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좋다. 나름 배경 설명이나 묘사도 풍부한 편이고, 무엇보다 가장 좋은것은 작가 유메 마쿠라 바쿠가 이야기하는 "이름"에 대한 믿음. 

사물이 이름이라는 것을 가지는 순간 그 사물도 혼을 가지게 된다. 이름은 사물이나 인물을 칭할 뿐 아니라 그들의 그 존재 자체를 가리키는 것. 그래서 이름은 부를때나 지을때나 늘 조심해야 한다는 것. 

이름이라는 것에 정말 묘한 주술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행동 하나하나가 바로 일본의 풍류라는 생각을 한다. 무엇이든 소중하게 다루는 느낌이랄까. 

어쨌든, 요즘 나오는 괴이하고 끔찍한 요괴들과는 달리, 사물이 혼령이 되거나, 종이에 주술을 걸거나, 생령이 나오거나 하는 등 요즘 요괴들과 비교해 보면 조금 더 기품있는 요괴들이랄까. 세이메이 자체도 박력있게 요괴들을 퇴치하는 것이 아니라 조용하게 곡선의 느낌으로 처리하니 조금 더 세련된 멋이 있다. 이래서 다들 세이메이를 좋아하는 모양이다;ㅁ; 

 
이분이 바로 영화에서 세이메이 역을 맡은 노무라 만자이씨. 

그 때나 지금이나 참 세이메이를 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게 느껴지기는 마찬가지지만, 그 때보다는 지금 느낌이 훨씬 좋다 다가온다고 해야하나. 얼굴에 부드러움과 강인함이 함께 감도는 느낌이다. (사진 출처는 야후 제팬)



 이번에 득템한 환상의 일곱형제!ㅎㅎㅎㅎ


상상력을 돕기 위해 당시 지도까지 첨부되어 있다.  

처음에는 슥- 보고 지나가지만 다시 보면 책을 읽는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 








 

 

 

 해설도 친절하게 첨부되어 있다. 

머니머니해도 해설에는 김종덕 교수님!ㅎ 

일본 문학을 전공, 그 중에서도 겐지모노 가타리 전공이셨나, 아마 그러실 거다.ㅎㅎㅎㅎ 

조용조용하게 강의하실 때 모습처럼 문장도 꾸밈없이 소탈하지만 예의바르신.ㅋㅋㅋ 

어떻게 김종덕 선생님한테 해설을 받을 생각을 했을까!! 

 

 

 

 

  

  

 









 

 

 음양사 만화책도 몇 권 가지고 있지만;;; 

이건 머 영화보다도 비쥬얼이 안좋으니;; 솔직히 보는 맛은 없다...-_;;; 

이래서야 만화책의 의미가 없는;;ㅎ 

 

요즘... 은 아니고 약 2년전인가에는 일본에서 음양사인 아베노 세이메이의 손자를 주인공으로 "소년 음양사"라는 만화도 했다. 재미는 그냥그냥,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달까.  


얘가 바로 세이메이의 손자. 세이메이의 손자임에도 불고, 영적 능력이 없는 아이로 나온다.

 (출처는 투니버스 홈페이지)

 

  

 

 

끊임없이 세이메이를 되새김질 하는것으로 보아 일본은 예나 지금이나 이런 신화적 존재에서 즐거움과 마음의 안정을 얻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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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쿠라노소시
세이쇼나곤 지음, 정순분 옮김 / 갑인공방(갑인미디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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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세이쇼 나곤은 헤이안시대, 가나가 활성화 되었을 때 여성 문학을 발전시킨 대표적 인물이다. 당시에는 무라사키의 "겐지 이야기"와 함께 비교되곤 했다. 겐지 이야기는 일본 규방문학의 지평을 열었고, 그 안에 들어있는 수 많은 와카, 렌가들을 무라사키 혼자 지었다는 점, 인간의 희노애락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큰 평가를 받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세이쇼 나곤의 "마쿠라노 소시"가 더 좋다. 인간다운 혜학, 당시 여성들이 느끼던 외로움, 기쁨, 실망감을 리얼리티와 함께 고스란히 드러낸 혁명적 작품이기 때문이다.  

"밤새 잠자리에서 다정한 말을 속삭이던 님이 새벽녁이 되자 방 바닥을 더듬는다. 

내 허리띠는 어디 있느냐. 

새벽 동이 점점 터 올 무렵이 되면 손으로 방바닥을 탕탕 치며 허리띠를 외쳐댄다. 남자란 무릇 이런 것이다." 

외우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자세하게 쓸 수는 없지만 대충 이런 내용들이 가득하다. 

"세상에 없는 것 세가지. 

며느리 욕을 하지 않는 시어머니, 주인 욕을 하지 않는 하인, 털이 잘 뽑히는 족집게" 

이런 내용도 있다. 

물론 내용 중에는 풍경을 보고 느낀 점을 쓴 것도 있고 쓸쓸함을 노래한 글도 있다. 

하지만 그 헤이안 시대에 규방에서 외로이 지내던 여자들이 이렇게 혁명적이고 혜학적인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물론 말이나 생각은 할 수 있으나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는 대담함. 

책은 꽤나 두껍지만 각각 주제마다 거의 세 줄, 길면 한 두 페이지 정도라서 꽤나 읽을만 하다. 이런것을 드라마에서는 '야시'라고 한다지 아마.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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