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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평점 :
바로 너 때문이다!
바로 에쿠니 가오리의 반짝반짝 빛나는, 이 책 때문이다.
말해두지만 난 에쿠니 가오리는 좀 별로;; 언니는 에쿠니 가오리 소설을 보면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지만 나는 영, 너무 건조해서 싫더라;;;;
자! 본론!
무릇 게이(성적 소수자란 말은 피하고 싶다. 왜 순화해서 불러야 하는가! 이 단어가 왜 부끄러워! 좀 더 당당해 지라고!!)라 함은 일본 만화책에서나 보는 소위 BL물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지만, 이 책을 보면 게이에 대한 이미지는 확 바뀐다.
게이인 남편, 그리고 알콜 중독자이자 가벼운 정신적 불안을 겪는 부인, 그리고 남편의 애인인 곤의 이야기.
남편과 주인공은 맞선자리에서 만났다. 그리고 남편은 자신이 게이임을 밝히지만 여차저차하여 둘은 결혼한다.
여자의 어머니는 매일같이 전화해서 아이를 가지라고 잔소리를 하고, 시아버지는 집으로 찾아와 남편과 결혼 한 것은 "물은 안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게이와 결혼한 사실 만으로도 엄청난 현실속을 둘은 고요하게 살아간다. 그리고 때때로 찾아오는 곤.
이 책을 읽으며 느낀것은,
남자와 남자 사이에도 이토록 고요한 사랑이 피어나올 수 있느냐는 것,
이다.
곤이 남편에게 어떻게 사랑을 고백했는지 물어본다.
곤은 몸에 로프를 묶고 화구를 챙겨 남편의 방으로 들어와 말 없이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완성된 그림을 남편의 방에 두고 갔다. 어둠 속에서 별이 빛나는 그림. 이 그림이 바로 곤의 고백이었던 것이다. 자신이 동성애자란 사실, 그 어둡고 기막힌 현실 속에 서로에게 작은 빛이 되어주는 두 사람. 어쩜 이리도 잔잔할 수 있는가.
그리고 가슴이 아리도록 불안정하고 연약한 여자. 그래서 가벼운 알콜 중독에 걸리고 집에서 키우는 작은 소나무에 물 대신 토마토 주스를 준다. 그리고 간간이 있는 작은 흐느낌. 그것이 이 엄청난 고독 속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작은 반항이었다.
최근 개인의 취향이라는 책과 드라마가 난리다.
꽃남에서 이른바 '날린' 이민호가 나와서 시끌시끌 했던 것도 있지만, 이 드라마가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은 이민호가 바로 게이로 나온다는 것이 아닐까.
게이는 언제부터 사람들에게 제외 대상이 아닌 흥미로운 주제가 되었는가.
아마 미드, 예를 들면 섹스앤더 시티라던가 하는 드라마, 영화에서 수 많은 게이들이 매력을 풀풀 풍기며 자신들의 비밀스런 영역을 살짝살짝 보여주자 사람들도 점점 호기심을 가지게 된 모양. 사실 일본 BL물은 일반 대중의 눈에서 보면 거부의대상이지만 이런식으로 매력을 발사한다면 못 받아들일 것도 없다는 사실을 반증한 것이다.
어쟀든, 이 드라마에서 이민호는 결국 게이는 아니지만, 게이라는 이미지 자체가 어느틈에 우리에게 이렇게 선뜻 다가올 수 있었는가는 확실히 생각해 볼 문제다.
개인적으로 나는 저 "반짝반짝 빛나는"이라는 책 때문에 완전히 거부감을 버릴 수 있었다. 뭐, 조금 더 분명히 말하자면 게이에 대한 나름의 환상? 이성애 보다 조금 더 플라토닉이 숨어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얼마나 사랑했으면!! 하는 느낌?ㅎ) 어쨌든 개인의 취향을 읽어봤다면 반짝반짝 빛나는 역시 읽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야기가 옆으로 샜다;; 결론은? "나는 반짝반짝 빛나는" 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