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닉네임인 고양이 뮤즈는 하루키가 기르는 고양이의 이름이다. 하루키는 뮤즈라는 이름따위 쓰고싶지 않다고 했지만 하루키의 부인이 우겨서 지은 이름.ㅎ 이 뮤즈라는 아이는 고양이다운 성격으로 하루키가 있든 부인이 있든 자기가 집 주인인 양 도도하게 사는데 하루키가 놀란 것은 그 다음 이야기. 당시 하루키는 째즈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새벽 2~3시에 장사가 끝나고 집에 들어 왔다고 한다. 그 날은 뮤즈의 분만 일. 보통 동물이라 하면 분만을 할 때에 아무도 모르는 으슥한 곳에서 몰래 새끼를 낳는데 뮤즈는 하루키에게 다가가 돌연 앞 발을 하루키 무릎에 대더란다. 놀란 하루키는 잠시 어쩔 줄 모르다가 뮤즈의 발을 잡아 줬는데 그렇게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분만이 끝날 때 까지 계속 함께 했다는 이야기. 하루키는 마음 속으로는 '내일 가게는 어쩌나-_-'하며 한숨을 내 쉬었지만 어쩌겠는가; 뮤즈는 분만 때 마다 아내에게는 가지 않고 하루키에게만 오는 것을;;; 결국 매 분만 때 마다 하루키와 같이 새끼를 낳아 때때로 자신이 아버지인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고... 그렇게 둘이서 함께 분만의 고통을 이겨냈음에도 불구, 새끼를 낳은 뒤 뮤즈는 다시 도도하게 하루키 따위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고 한다. -_- 내가 뮤즈라는 이름을 쓰게 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세상에, 세계를 뻗어나가는 무라카미 하루키씨를 대놓고 무시할 수 있는 존재가 있었다니!!ㅎ 이런 맹랑+철부지 아가씨가 다 있나.ㅋ 묘하게 마음에 들었다.ㅎㅎㅎㅎㅎ 게다가 하루키씨가 워낙에 조용하고 인내심 많은 분이라 왠지 주변에 이런 떼쟁이+쉬크한 캐릭터가 하나 있어도 좋을 법 한?ㅎㅎㅎㅎㅎㅎㅎㅎㅎ 둘이 너무 잘 어울린다. 솔직히 나는 하루키씨의 소설 보다 에세이집이 더 좋다. 소설도 열심히 읽고 있지만 하루키씨 에세이집은 시중에 나와 있는 것은 모두 읽었다. 소설은 심오하지만 에세이는 정말 유머로 가득하다. 예를 들면 <세일러복을 입은 소녀와 연필>같은 것?ㅎ 편집자 oo씨와 술을 마시던 중 술에 얼큰하게 취한 oo 씨가 "저는 연필을 보면 세일러복을 입은 여고생이 생각나요"라는 말에 그 다음부터 연필을 잡을 때 마다 "어머, 아저씨! 어딜 만져요!!"라는 환청이 들렸다고;; 게다가 볼펜을 보면 검은 후크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생갔났다나 어쨌다나.ㅋㅋㅋㅋ 그래, 나는 유쾌한 아저씨가 좋다;ㅁ; 대놓고 떠들지는 않지만 "저기요," 하면서 몰래 다가와 쑥스러운 듯 재밌는 이야기를 해 주는 아저씨, 하루키씨는 귀엽다.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