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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건축의 새로운 상상력 - 우리 도시 건축의 방향성을 모색하다
김성홍 지음 / 현암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지난 2월 현대미술관에서는 <메가시티전>이라는 기획 전시가 열렸다. 이 전시는 3년전부터 우리 나라의 신진 건축가와 회사가 공동으로 기획하고 전시하는 프로젝트 행사였다.
일전엔 독일에서도 전시를 했고 호평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관심을 갖고 있던 것은 부정적 대상으로서의 '메가시티'였다. 즉, 전시의 기획을 오독하고 참여한 것이다.
전시를 마치고 마침 공동기획자인 건축가와 일단의 사람들이 함께 자리를 할 기회가 생겼는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의 건축가는 장래의 건축가들이 먹고살 공간을 미리 다 팔아먹고 있다." 고밀, 고층화된 건축의 풍경이 미래세대의 기회를 착취하는 구조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의미였다.
이 책은 그 전시에 참여하는 전문가 중 한명인, 김성흥 교수의 저서다.
앞 부분에는 저자의 건축에 대한 생각, 즉 지역마다 상이한 공간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특징들, 그리고 우리 한성- 즉 서울-의 도시공간이 가지는 역사적 특징들이 서술되어 있고, 뒷 부분에는 현재 도시의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아래의 인용문들에서 드러나듯, 현재 뉴타운이니 재개발이니 하는 사업들은 모두 1960년대 형성된 성장우선주의의 산물이다. 달력으로는 21세기이지만, 여전히 우리는 20세기 중반에 형성된 정체성에서 한 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일종의 비약이지만, 변화는 때론 급진적으로 와야 한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공치사나 뻐기기가 없는 건축가의 진솔한 대화가 듣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활용을 위한 인용>
1981년부터 20년 이상 우리나라 주택 공급 정책을 주도해 온 '택지 개발 촉진법'이 그 배경에 있다. ... 국가가 택지 조성을 위해 필요한 땅이라고 지정하면 소유자가 반발하더라도 일괄 매수하여 아파트 택지로 조성할 수 있었다. 231쪽
1966년부터 서울 시장을 지낸 김현옥은 파리를 무자비하게 개조한 프랑스의 행정 장관 오스만을 연상케 한다. 김현옥의 수많은 건설 구호 중 압권은 "도시는 선이다."라는 말이다. ...4년간 재임 중 10개의 지하도와 144개의 보도육교를 건설했다. 1974년부터 서울 시장을 지낸 구자춘은 김현옥을 능가했다. 재임 4년간 구자춘은 도로 39개 7만 8,216미터를 신설하고, 기존 도로 40개 4만5,618미터를 확장했다. 261쪽
자료를 종합해보면 서울의 인구밀도는 파리와 뉴욕 다음으로 높지만 건축 밀도는 6개 도시 중에서 로스엔젤레스 다음으로 가장 낮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인구 밀도와 건축 밀도의 괴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 261제곱미터(81평) 대지는 번듯한 사무실을 짓기도 애매한 크기다. 5층 이상이 되면 승강기도 있어야 하고 지하 주차장도 만들어야 한다. ... 결국 승강기 없이 지을 수 있는 5층 이하의 근린생활 시설이 대안이 된다. ... 이보다 작은 땅을 가진 사람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두 가지밖에 없다. 작은 필지를 모두 합쳐서 대단위 재개발로 가든지 낙후된 채 적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건축의 양극화다. 288~292쪽
기존의 아파트를 더 높은 아파트로 갈아 치우는 재건축의 경우 기존 세대수와 입주 세대수의 비율은 1:1.2 정도로 미미하다. 낡은 지역을 허물고 아파트를 신축하는 재개발의 경우는 1:1로 차이가 거의 없다. 293쪽
유리로 싸인 투명한 SCL시애틀중앙도서관은 예상과 달리 에너지 면에서 효율적인 건축물이다. 복층 유리 사이에 알루미늌 메시가 삽입되어 직사광선을 굴절시킨다. 그러나 내부 공간에서 알루미늄 메시는 육안으로 감지할 수 없어 투명한 외피로 보인다. 11층 높이 내부 실내 공간의 더워진 공기는 상부로 올라가면서 네 차례 환기된다. 3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