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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20년, 지식인의 죽음 - 지식인, 그들은 어디에 서 있나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엮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2007. 3. 5)이 책은 불편하다.
지인의 말대로, 신문에 연재될 때에는 대판의 사이즈 만큼 불편하더니 책으로 묶여 나온 지금은 두툼한 질량 만큼이나 불편하다.
나의 불편함을 설명하는데, 내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진보에 놓고 있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보다 손 쉬운 방법을 없다. 이 책은 나처럼 스스로를 진보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안긴다.
그렇다고 해도 그 불편함은 진정성의 연장에 놓여 있기 때문에 짜증이 나진 않는다.
이를테면, 온갖 구역질나는 과거로 뒤덮힌 조중동같은 찌라시들의 비판은 진정성이 없기에 무시하기 일쑤다. 말이야 바로하라고, 신문 기자가 사주의 범법사실을 알면서도 '힘내세요'라고 외칠 수 있는 집단을 언론사라고 하기엔 쑥쓰럽다. 또한 자신의 친일 행정에 대해서는 함구하면서도, 세상에 둘도 없는 애국자연 하는 집단을 일관성있는 언론사라 칭하기 힘들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이 책의 필자들인 경향신문사 기자들은 순전히 상대적인 우월감만으로도 신뢰감을 준다. 적어도 찌라시 수준은 아니라고 말이다.
난 스스로를 보수라고 칭하면서 한나라당에게 자기를 일치시키는 사람들의 고백 역시 불편하다. 너무 당당하기 때문이다. 여성을 접대부 수준으로 밖에 보지 않고, 같은 당 동료에게 빨갱이라는 딱지를 붙이며 나가라고 윽박지르는 그들의 유아기적인 행태를 볼 때는 기가 막힌다.
어쨌든 난, 이 책을 사서 2일만에 밑줄을 쳐가며 일곤 동료를 줘버렸다.
혼자 불편할 수 없으니까.
같이 불편하면 이야기라도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민주화를 위한 열망이 절망으로 변했다는 것이 이 책의 제목에 담긴 뜻이겠지만, 난 오히려 '그리고 희망'이라는 마지막 단어가 생략되었다고 믿는다.
내 책의 불편함을 전염당한 동료와 그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