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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대의 쇼 - 진화가 펼쳐낸 경이롭고 찬란한 생명의 역사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09년 12월
평점 :
당신은 ‘토끼’를 아는가? 당신은 ‘바나나’를 아는가?
리처드
도킨스는 플라톤의 동굴 속 그림자 이야기를 끌어온다. 당신이 보는 모든 것들은 사실은 동굴의 벽에 비친
관념의 그림자일 뿐이라고. 그럼에도 당신은 토끼를 알고, 바나나를
안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본질주의자이고 진화론의 가장 큰 적이라고 도킨스는 초반에 강하게
역설한다.
왜냐하면
본질주의자들은 관념 그 자체가 실체이며, 불변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만약에
암토끼를 그의 어미, 할머니, … 이렇게 해서 수천, 수만 세대의 암토끼들을 줄 세운다면 어느 순간부터 현대의 토끼와 아주 다른 모습을 보이는 ‘토끼’가 있을 것이다. 이
개체도 과연 토끼라고 부를 수 있는가?
진화란, 수없이 많은 탄탄한 증거들이 있으므로 가설이 아닌 사실인 이론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사례를 소개하는데, 보통 이런 나열식 설명은 지루하기
쉬운데 하나하나가 굉장히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특히 간간히 돋보이는 저자의 유머센스와 집중을 잃지 않게
적절히 섞인 일화들이 하나 같이 명문이다.
참
재미있게 읽었으나, 유전자 이동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인류에게 조금 우려가 되었다. 물론, 인위적인 조작을 통해 수없이 많이 굶주리는 사람들을 구제하고
병을 낫게 하고 좋은 방향으로 세상을 이끈 점은 충분히 있다. 그러나 자연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두지
않으면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해로 돌아올까 걱정이 된다.
누군가
했던 말처럼 책은 무릇 도끼여야 한다. 나는 진화론을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단언하고 있었음에도 이
책은 나의 얼어붙은 고정관념을 잘도 깨뜨려 준 가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