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사용설명서 - 소심남녀의 자신감 회복을 위한
이시이 히로유키 지음, 지희정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이런 제목의 책을 왜? (어울리지 않는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광골의 꿈>과 <핑거스미스>를 이틀간 연달아 읽고 나니 이런 책이 땡기더라. <콜드리딩>을 쓴 작가의 책이라는 점도 관심을 끌었다(하지만 아직 <콜드리딩>은 안 읽었다).

책의 부재는 '소심남녀의 자신감 회복을 위한'이다. 내가 소심한가? 상대에 따라 소심해지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며, 상황에 따라서도 마찬가지이니, 이 책은 나름 유용할 수 있겠다. 결론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몇몇 재미있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이런 식이다.

1. 잠재의식은 '없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분홍코끼리를 상상하지 말아주세요"라고 하면 분홍코끼리를 상상해 버린다. "긴장하지 마"라고 하면 이미 긴장해버린다. 부정형 명제는 무의식에서 오히려 긍정형으로 효과를 나타낸다. 아이들에게 "뛰어다니지 마"라고 하면 안된다. "천천히 걸어 다녀야지"라고 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무의식이 그런 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무엇이 없다'는데 마음을 집중해서는 잠재의식이 움직이지 않는다. 나에게 있는 것은, 내가 행동에 옮길 수 있는 것 뿐이다.

2. 잠재의식이 꿈을 실현시키고 싶어하지 않는 현상.
개인적으로, 이 대목은 꽤 뜨끔했다. 두 가지 정도의 결정적인 '꿈'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계속 장애물을 만나는 일을 경험한 나는, 나름대로 그 이유를 캐 본 적이 있는데 이 책이 지적하고 있는 것과 동일한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 "결점이나 단점은 가끔 자신의 존재를 보호하기 위한 역할을 한다" 단점은 나를 오히려(!)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나의 실패에 언제나 핑계가 되어준다. 그런 결정적인 단점을 고쳐버린다면 그 때는 나 자신의 능력에 대한 본질적인 태클이 들어올 것이다. 그걸 피하기 위해 단점을 고치지 않는다.

3. 행동에 의한 암시는 말에 의한 암시보다도 훨씬 강력하다
이건 그야말로 웃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오래 된 이야기에 맞닿아 있다.

4. 상대방이 어느 정도 마음을 열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때
만난지 얼마 안 되는 상대방이 자신에게 어느 정도 호감을 가지고 있는지, 진짜 호감을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그냥 그런 체 하는건지를 알고 싶다면 해볼 수 있는 작은 실험이 나와 있다. 글쎄... 이거 먹힐 수도 있고 안 먹힐 수도 있다. 이런 걸로 실험이 가능한 건 일본인들에게가 가장 확실하지 않을까?
소개로 만난 일본 남자애와 술을 마시다가 이와 비슷한 상황- 얘가 날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인가 아니면 예의상 사근사근하게 구는 것인가를 알고 싶었던 순간이 얼마 전에 있었다. 그가 마시던 모히토를 내가, 내가 마시던 치치를 걔가 잔에 입을 대고 그냥 마시는 정도로도 "음, 이 정도면 한번?"하고 생각했던 건 걔가 일본 애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모히토 향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다. 마신 다음에 내가 "이게 뭐야! 냄새나잖아"라고 했더니 걸쭉한 간사이벤으로 "응, 그렇더라니까. 냄새 끝장이지"하는 말이 돌아왔다. 책으로 모히토에 관해 읽을 때는 무척 '있어'보였는데 이렇게 구릴 줄이야 OTL) 한국에서는 술잔도 돌려 마시는데;;; 이 책의 실험, 정말 소심하군! ㅎㅎ

5. 상대방을 기분좋게 만드는 칭찬법
이거이거, 얼마 전에 l양이 블로그에 적었던 것과 같은 얘기다. 남자들은 거짓말에 서투르다- 큰 거짓말은 잘도 하면서 거짓말의 잔재주에 능하지 못해! 류의 얘기에 적은 글이었다. 그녀의 글과 이 책은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이거, 나름 작업의 잔기술이라고도 할 수 있는 류의 것이다. 이건, 우후후후, 직접 책에서 확인하시라.

6.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지 말라
이거, 소심한 사람들에게 절대 불가능한 일이지만, 이것만큼 필수적인 것 역시 없다.

7.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때 주의할 점
첫째, 상대의 이야기를 절대로 부정하지 않는다. 둘때, 충고하지 않는다.
이 두 가지는 정말 중요하다.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면서 끼어들면 정말...

8. 당신은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인생에 있어서 스스로 획득한 것만이 확실한 내 것이다. 이건, 나이를 먹을수록 깨닫게 되는 아주 중요한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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