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b Dylan - Modern Times
밥 딜런 (Bob Dylan)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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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밥 딜런씨, 당신이 나를 울리는군요. Spirit on the Water를 듣는 순간 알았어요. 당분간 내게 다른 노래는 필요없겠군요. 노래에 반해 가사를 읽어보니 가사는 러브송인데, 이거야 원, 서부극 시대 러브송입니까? 해설에는 당신과 팬의 관계에 대한 어쩌구저쩌구라는데, 난 해설을 쓸 필요가 없으니까 내가 느끼는 대로 받아들일게요. 러브송이에요, 서부극 시대의. 얼굴이 사막의 모래바람으로 거칠어진 남자가 비뚤거리고 맞춤법 틀린 글씨로 써내려간 기나긴 편지에요. (그래서 이 노래에는 후렴이 없지요) 당신이 노래를 읊조리는 그 말투부터 그렇잖아요. 그런데 웃을 수 없군요. 이건 사랑의 맹세이지만 또한 자기고백이고, 작은 속삭임 같아요. 이런 이야기는 들어주라고 있는 거지, 박수치라고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당신도 알고 있나요, 이런 이야기를 하는 남자를 사랑하지 않을 여자가 없다는 걸. 이런 노래를 부르는 뮤지션을 사랑하지 않을 포크 팬 역시 없다는 걸. 어쩌면 그저 당신이 좋아서 해 버린 노래일지도 모르지만요. 나는 포크에 음악적 영혼을 반쯤 묻어버린 뒤, 표식을 남기는 일을 잊어버렸어요. 그 영혼을 다시 파 와서 힙하고 핫한 요즘 세상에 적응해야지 하다가도 당신같은 사람을 만나면 그 곳을 찾아내 남은 내 음악적 영혼을 마저 그곳에 묻어버리고 표식따위는 여전히 남기지 않고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을이 시작되었다는 느낌이 든 올해 최초의 오후에, 이 노래를 듣게 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오랫동안 노래해주세요. 당신이 영원히 살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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